정부 조정안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박재승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장 등 5명이 가다듬었다고 한다. 그런데 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내부 조율을 해왔던 것과 달리 박 장관과 문 총장은 소통이 없었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문 총장이 '검찰 패싱'을 더는 두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조정안 내용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경찰이 자체 판단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겠다는 것에 큰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그동안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으로 무리한 경찰 수사를 견제해 왔는데, 수사종결권을 주면 경찰이 '통제받지 않는 조직'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문 총장이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다"라며 조 수석과 박 장관을 겨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조정안에 자치경찰제 시행 부분이 빠진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고 한다. 문 총장은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을 '원샷'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며 "논의가 같은 수준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자치경찰제 시행 없이 검찰의 수사지휘권만 없애는 것은 안 된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시장·도지사 소속의 지역 경찰이 관내 치안을 책임지는 제도다. 경찰청장이 전국 경찰을 지휘하는 현 국가경찰제와 달리 지역별로 권한을 나누는 것이다. 문 총장은 이미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지검 등 전국 5대 검찰청을 제외한 나머지 검찰청의 특수부는 없애겠다고 했다. 검찰도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했으니 경찰에 막강한 힘을 주려면 자치경찰체 시행으로 권한을 분산한 뒤에 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지금도 전국 일선 경찰서가 전체 경찰 사건의 98%를 담당한다"며 "자치경찰제가 되면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일선 경찰을 통제하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 지휘는 2%의 경찰 특수 수사에 국한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문 총장은 공수처 도입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 이후'에 대한 걱정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현 정권 기류에 맞춰 적폐 청산 수사에 전력해 왔다. 그사이 수사권 조정 문제에선 한발 비켜나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적폐 청산 수사가 사실상 끝난 상황에서 정권의 검찰 개혁 기류가 강해지고 있고, 여기서 밀릴 경우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문 총장이 말하는 자치경찰 부분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에선 "자치경찰제 시행 등 검찰 요구에 대해 청와대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