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만으로는 100년 기업으로 갈 수 없습니다. 철강은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이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되, 소재 분야를 공략해 대한민국 소재 산업을 책임지겠습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맞아 포항 포스텍 체육관에서 열린‘미래비전 선포식’에서 글로벌 100년 기업으로서의 미션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8년에는 연결 매출 500조원, 영업이익 7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3월 31일 '창립 50주년(4월 1일) 기념 간담회'를 갖고 신성장 동력으로 소재와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회장 교체설'과 관련해서는 "자의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정도에 입각해 경영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 "철강 50년, 소재로 100년 간다"
권 회장은 "국내 소재 산업 중 철강, 아연 등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위치에 있는 산업이 없기 때문에 소재 산업 쪽으로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리튬에 대해서는 "우리 미래를 먹여 살릴 가장 큰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까지 리튬은 100% 수입했는데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체계를 만들자,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소재를 포스코가 책임지자'라는 목표로 리튬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실패했다고 주장한 리튬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지난 5, 6년간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에 여러 번 가서 세 번이나 계약을 추진하다 틀어졌는데 중국 업체들이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계약이 깨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리튬 외에 차세대 경량화 소재인 마그네슘의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포스코의 또 다른 신성장 동력은 바이오산업이다. 권 회장은 "바이오산업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바이오에 대한 능력을 가장 많이 갖춘 곳이 포항공대이기 때문"이라며 "포항공대 교수들이 만들어내는 여러 특허를 포스코가 사업으로 연결해보자는 계획을 최근 세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피 한 방울로 암 등 수십 가지 병을 알아내는 바이오 진단 분야를 언급했다.
◇권오준 "통상에서 한국은 '乙'" "언젠가는 물러나고 후임자 길러야"
권 회장은 최근 미국과 불거진 철강 제품의 통상 이슈에 대해서는 "통상 문제에서 한국은 확실한 '을(乙)'이다. 을 입장에서 갑(甲)인 미국 의회에 잘 보여야 한다"며 "일차적으로 업계 스스로 시장을 개발하고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게 필수적이며, 정부와 협력을 잘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쇳물 처음 생산한 날… ‐ 1973년 6월 9일 오전 고 박태준(가운데) 포스코 명예회장이 용광로에서 첫 쇳물을 뽑는 데 성공하자 임직원들과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고 있다. /포스코
포스코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 DC에 통상 사무소를 세웠고, 로비스트 2명을 고용했다. 앞으로는 이 사무실을 포스코뿐만 아니라 통상 문제가 있는 국내 철강 업체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권 회장은 또 미국이 포스코 제품에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서는 "장사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라며 "포스코는 미국 현지 투자를 통해 수백 명을 채용하고 있는데 수출이 힘들어지자 이 회사 직원들이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현재 사외이사 7명, 사내이사 5명인 포스코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는 CEO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모두 사외인사로만 이사회가 구성되는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학자들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선진적인 지배구조라고 하면 거리낌 없이 채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오너 기업 회장도 아니고, 언젠가는 물러나고 후임자를 길러야 하는 입장"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포스코에 계신 분이 이사회에 들어가 분위기도 파악하고 회사 중요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회장 교체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정도에 입각해 경영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포스코는 1일 창립 50주년 행사인 '미래 비전 선포식'을 포스텍(포항공대)에서 열고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8년에는 연결 매출 500조원, 영업이익 7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룹 이익의 80%가 철강 및 관련 분야에서 생기는 현재의 수익 구조를 철강, 인프라, 신성장 등 3대 핵심 사업군에서 4:4:2의 비율로 고르게 날 수 있도록 육성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60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