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하 STX조선)의 법정관리 여부가 나흘 뒤 확정된다. 인력 감축 등 원가 절감을 위한 고강도 자구 방안에 노동조합이 오는 9일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넘길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인력 감축에 반대하고 있다.
STX조선은 작년 한 해에만 114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금 1475억원을 손에 쥐고 있지만 올해 안에 운영 자금 등으로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고 이미 선언했다.
STX조선이 구조조정 없이 지금 같은 원가 구조를 유지해선 경영 정상화가 어렵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컨설팅 결과이다. 1400명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 "인력 감축 반대" vs 채권단 "일자리 모두 잃는 건 아니다"
STX조선 노사는 지난 2~3일 자구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회사는 생산직 근로자 690명 중 500여명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안(案)을 내놨다. 최근 희망퇴직에 응한 115명 이외에 추가로 400여명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미 수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떠난 사람이 많은데 또 인력 감축을 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은 직원 수백명을 내보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자구안에 대한 노사 합의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STX조선의 인력 감축과 관련해 산은 관계자는 "해당 인원이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400명쯤은 사내 하도급 형태로 배 만드는 일에 계속 종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사내 하도급을 통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나중에 경영이 정상화되면 사내 하도급으로 내보냈던 직원들을 다시 고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구조조정 늦춰달라" vs 정부 "원칙대로 처리할 것"
STX조선의 구조조정 속도나 강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STX조선의 본사가 있는 창원시는 "STX조선이 수주 잔량을 보유한 상황에서 생산직 인원을 대거 구조조정하면 납품기한 초과와 품질 하락을 불러올 수 있고 결국 한국 조선산업의 대외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의문을 정부와 산은에 전달했다.
실제로 STX조선은 앞서 법정관리 신청된 성동조선에 비해 여러모로 사정이 좋은 편이다. 우선 1475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또 배 16척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아뒀기 때문에 앞으로 돈이 더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은 확고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일 "STX조선 문제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법정관리 신청이 이뤄진 성동조선, 노조 동의를 받아 해외 매각을 확정한 금호타이어 등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채권단이 제시한 시한을 넘기면 애초 약속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은 STX조선이 고강도 비용 절감을 못 하면 머지않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주문받은 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건비, 재료비 등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STX조선이 보유한 현금은 올해 안에 전액 고갈될 것"이라며 말했다.
한편 STX조선 노조가 자구안에 합의하면 추가 자금 지원이 없어도 운영 자금 등을 마련할 방안이 있다는 게 채권단 설명이다. 산은 관계자는 "STX조선이 보유한 부동산, 유휴 설비 등을 팔면 1300억원쯤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채권단은 앞으로 STX조선이 새로 선박 주문을 받게 되면 선수금 환급 보증(RG)을 해줘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