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150회 공연… 16만명 관객 이끈 5명의 '빌리'
"2년 전엔 서로 주특기 달랐는데 지금은 다들 '발레' 제일 좋아하죠"
5일까지 딱 150회. 관객 16만명이 소년들의 춤과 노래에 울고 웃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공연되고 있는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 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빌리 역을 맡은 다섯 소년을 만났다.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 열두 살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 전 세계 관객 1100만명이 본 작품이다. 맏형 천우진(15)부터 김현준(14), 성지환(13), 아빠가 뉴질랜드인인 에릭 테일러(12), 심현서(12)까지, 150회라는 말에 와글와글 수다가 시작됐다. "벌써요? 평생 빌리로 살고 싶은데…."(지환) "이제 한 달 남았는데 즐겨, 즐겨!"(현서) 무대선 카리스마 뽐내는 주인공이지만, 모이면 웃고 떠들기 바쁜 대한민국 소년 스타들이다.
이들은 2016년 봄 오디션에 모인 200여명 가운데 뽑힌 뒤 2년 가까이 '빌리'로 살았다. 3학년이던 막내 현서는 5학년, 큰형 우진이는 중2가 됐다. 10㎝ 안팎 쑥쑥 큰 키만큼 마음도 실력도 자랐다. 시작할 때 특기는 탭 댄스, 스트리트 댄스, 태권도, 발레, 모델 등 제각각. 하지만 지금 가장 좋아하는 춤은 이구동성 "발레!"다. 빌리 역할은 탭, 힙합, 재즈, 발레, 아크로바틱, 현대 무용 등 다양한 춤을 소화해야 한다. 제작사 신시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빌리가 어느 춤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다 수준급"이라고 했다.
빌리들의 평균 공연 횟수는 38회 안팎. 무대는 짜릿하고 아찔했다. 불가능했던 것이 가능해지고, 최악의 상황이 최고로 뒤바뀌는 곳이었다. "복싱 연습 끝난 뒤 열쇠를 던져 주면 집어드는 장면에서 열쇠가 무대 밑으로 빠져버렸어요. 어떡하지 하는 순간 열쇠 한 개가 더 날아왔죠."(에릭) 스태프가 여분으로 갖고 있던 열쇠. "극 중 친구 마이클 집 문이 열려야 하는데 꼼짝도 안 하는 거예요. 근데 저절로 스르륵 하고 열리더라고요."(지환) 무대 밖 스태프가 슬쩍 밀어서 열었던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제각각이다. 우진은 빌리가 왕립발레학교 합격 편지 받는 장면이 제일 좋다. "맨날 치고받고 싸우던 빌리 가족이 처음 화목한 가족이 되잖아요." 현준과 지환이는 1막 엔딩의 빌리 1인무 '앵그리 댄스(angry dance)'가 최고. "스트레스가 막 풀려요, 흐흐흐."(현준) 에릭에겐 빌리의 첫 등장 장면이다. "처음 무대로 나가고, 조명을 받고, 관객들이 주목하는 그 순간이 여전히 가장 짜릿해요."
소년들은 부쩍 어른스러워졌다. "늘 강해 보이고 싶었던" 맏형 우진은 "동생들 앞이라 조심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빌리들이 "우진 형은 천사"라고 말했다. 지환이는 부쩍 잘생겨져서 "용 됐다"는 칭찬을 듣고, 키가 큰 현준이는 초콜릿 복근까지 생겼다. "빌리 하는 동안 100번은 울었다"는 눈물 많은 에릭도 이제 많이 씩씩해졌다. 현서는 막내지만 속이 깊다. "집에서도 여기서도 막내 개구쟁이였는데, 생각이 많아지고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제작사는 소년 배우들이 팬 선물 받는 것을 금지했다. 서로 인기 경쟁하다 마음 다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다. 덕분에 영국 스태프들이 '어느 나라보다 한국 빌리들 사이가 좋다'고 한다. 이제 빌리들이 무대에 설 기회는 각자 8~10회 정도뿐. "막공(마지막 공연) 생각만 해도 울음이 날 것 같아요."(현준) 막내 현서가 어른스럽게 말했다. "괜찮아. 빌리 끝나도 새로운 삶이 기다리잖아." 소년 빌리들의 공연은 5월 7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