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왕가위·존 파워스 지음|성문영 옮김|씨네21북스|304쪽|4만8000원
왕가위(왕자웨이·60) 감독의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다. 미치도록 빠져든다."(12쪽) 왕가위는 영화라는 매체의 매혹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감독으로 첫손에 꼽힌다.
평론가 존 파워스가 왕가위와 나눈 그의 영화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6부로 나눠 담았다. 첫 영화 '열혈남아'(1988)와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중경삼림'(1994)을 거쳐 '일대종사'(2013)까지 25년간의 대표작 11편을 샅샅이 회상하고 읽어낸다. 무엇보다 눈을 사로잡는 것은 가로만 32㎝쯤 되는 큰 책 안에 화보처럼 담긴 미공개 영화 스틸 250여 장이다. 장궈룽(장국영), 린칭샤(임청아) 등 그리운 배우들의 풋풋한 청춘이 필름 사진 안에 숨 쉬고 있다. 보물섬을 만난 기분이다.
감탄할 만한 직관과 통찰이 가득하다. "왕가위는 생생하고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력한 어떤 계시의 순간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시간의 파도를 타는 사람" 같은 비유에 무릎을 치게 된다. 왕가위 영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놓칠 수 없는 필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