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10 00:28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 데일 해리스, '이디야'와 협약
콜드브루에 질소 주입해 목넘김 좋은 니트로 커피로 우승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한국 커피 시장이 다른 시장과 구별되는 특징도 호기심(curiosity)에 있지 않을까요."

데일 해리스(35)는 '2017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커피 전문가이다. 지난 2일 본지와 만난 데일 해리스는 "한국엔 독특하고 참신한 '스페셜티(Specialty) 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향후 한국이 글로벌 커피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WBC는 세계 최고 권위의 바리스타 대회로 꼽힌다. 호주의 폴 바셋이 2003년 우승했고, 미국의 찰스 바빈스키가 2015년 2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바리스타들이 이 대회를 거쳤다. 영국 출신 데일 해리스는 지난 대회에서 차가운 물로 내린 콜드브루 커피에 질소를 주입해 목 넘김이 부드러운 '니트로 커피'를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유럽 바리스타 길드의 창립 회원이고,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에서 디렉터로도 활동한 그는 2009년부터 9년간 세계 무대에 도전한 끝에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에 올랐다.

영국 출신으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일 해리스가 지난 2일 서울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니트로 커피’ 제조를 시연하고 있다.
영국 출신으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일 해리스가 지난 2일 서울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니트로 커피’ 제조를 시연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당시 대회에서 그가 사용한 원두(原豆)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프리카 케냐 품종을 남미 엘살바도르 농장에서 재배한 원두였다. 그는 "영국 커피 업체 '하스빈(Hasbean)'의 도매 부문 책임자로 일하며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커피 산지를 샅샅이 훑고 다녔던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선택한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데일 해리스는 이날 이디야커피와 스페셜티 커피 신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점포 바리스타 교육에 함께 나서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이디야커피는 이달 중 데일 해리스의 니트로 커피 메뉴를 전국 2200여 매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그가 직접 개발한 '시그니처 음료'도 선보인다.

데일 해리스가 한국 커피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커피 문화가 오래된 유럽이나 북미보다 한국 등 동아시아가 스페셜티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커피를 일종의 문화유산(heritage)으로 여기는 유럽에서는 '에스프레소=이탈리아식'처럼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크지만, 한국은 새로운 커피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았을 때 이태원 등에 있는 카페를 방문했는데, 독특한 스페셜티 커피에 관심을 보이고 주문도 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새로운 커피에 호기심을 보이는 비율이 5%에 불과한 영국과는 많이도 달랐습니다."

그는 "향후 글로벌 커피 시장의 성장을 스페셜티 커피가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일 해리스는 "스페셜티 커피가 고가(高價)라는 것은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커피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격이 보다 저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가 위스키처럼 비쌀 필요는 없지 않나요? 많은 사람이 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스페셜티 커피를 대중화하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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