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마스크에 필터 없니?

서울 강남구에 있는 편의점 CU역삼점 신성민(24) 점장은 10일 본사에 미세 먼지 차단용 필터 마스크를 700개 주문했다. 이는 한 달 전 주문량의 7배였다. 지난달 26~27일 미세 먼지 경보가 발령됐을 때는 필터 마스크 재고가 없던 탓에 1시간 만에 물건이 동나버려 고객들이 헛걸음해야 했다. 신 점장은 "11일부터 황사와 미세 먼지가 다시 몰아칠 예정이라는 소식에 급히 재고를 비축하려고 한다"며 "최근 필터 마스크 주문과 판매가 늘어 물건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미세 먼지 낀 뿌연 하늘이 계속되면서 미세 먼지 차단 기능을 갖춘 기능성 마스크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코에 끼우는 코 마스크는 물론 방독면을 개량한 방독 마스크까지 인기이다.

◇'정화통' 달린 방독 마스크 등 기능성 제품 잇따라

마스크에 정화통이 달려 있는 '방독 마스크'를 찾는 소비자도 등장했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 3월 방독 마스크 판매량은 2016년 3월과 비교해 370% 늘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쇼핑몰 마스크 시장에서 방독 마스크의 판매 금액 점유율은 8%에서 15.9%로 두 배로 뛰었다.

필터를 교환하거나 세탁해서 쓰는 마스크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이달 9일까지 40일간 샤오미의 필터 교환형 마스크 '에어웨어'의 거래액은 6개월 전 같은 기간보다 130% 넘게 늘었다. 빨아서 수차례 쓸 수 있는 '피타 마스크'의 거래액도 같은 기간 2배로 증가했다. 한 세트에 20만원이 넘는 고가(高價) 마스크도 인기다. 마스크와 필터 한 세트에 23만6000원인 영국 '프레카의 '프레카 플로우 마스크'의 11번가 거래액은 같은 기간 21% 늘었다. 방독면을 일상생활용으로 개량해 출시한 제품이다. 중외제약은 이번 달 중순 코 마스크 제품인 '오투(O2)'를 출시할 예정이다. G마켓에 따르면 콧속에 끼우는 방식인 '미니 마스크'의 올해 1~3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7% 늘어났다.

마스크 외에도 순도 95% 이상의 산소를 담은 휴대용 산소캔 판매량도 작년 3월과 비교해 37% 증가했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이오니스가 지난 1월 출시한 목에 거는 형태의 휴대용 공기청정기는 출시 70일 만에 5200개가 팔렸다.

◇필터 마스크 살 땐 'KF○○' 확인해야

일반적으로 쓰는 면 마스크에는 미세 먼지를 거르는 기능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황사 마스크'와 '방역용 마스크'에만 미세 먼지를 여과할 수 있는 필터가 달려 있다. 마스크를 살 때 포장에 '황사 마스크' 또는 '방역용 마스크'가 쓰여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두 마스크는 성능 규격을 KF(Korea Filter)로 표시한다. KF 뒤에 붙는 숫자는 미세 입자의 차단효율(%)을 나타낸다. 'KF80'은 0.6㎛(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 입자를 80% 이상 차단한다는 뜻이다. KF94와 KF99는 각각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차단할 수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KF 80 이상이 돼야 미세 먼지 차단 효과가 있다. 그만큼 숨쉬기가 어렵거나 불편할 수 있다. 대기의 상태에 따라,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올바른 마스크를 선택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필터 마스크를 세탁하는 것은 금물이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필터 마스크를 비누를 사용해 손세탁하는 경우에는 미세 먼지 차단 능력이 세탁 전보다 22.8%로 줄어들었다.

방독 마스크의 경우 필터 주기 교체를 보통 180일로 한다. 한 마스크 업체 관계자는 "사용 중 악취가 나거나 자극을 느끼게 되면 필터를 갈아줘야 한다"며 "미지근한 물로 세탁하고 잘 말려서, 보관하는 동안 필터가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