歌王 조용필 "아이돌 노래 코드까지 다 찾아보죠"

"여섯 살 때 아버지를 졸라 산 하모니카로 '푸른 하늘 은하수'를 분 게 음악과의 첫 인연이에요. 여전히 음악이 새로워서 계속 배우고 있어요. 배우다가 끝날 것 같아요."

11일 서울 한남동 공연장 블루스퀘어에서 데뷔 50주년 콘서트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연 '가왕' 조용필(68)이 말했다. 2013년 19집 '헬로' 발매 쇼케이스 후 5년 만의 공식 기자간담회다.

사회자가 "'1위'라는 말은 이분을 위해 남겨놔야 할 영구 결번"이라고 소개하자 흰색 정장에 연보라색 셔츠, 옅은 색 선글라스 차림의 조용필이 등장했다. 사회자가 " '조용필씨'란 호칭이 괜찮으냐"고 묻자 "가왕이나 선생님이란 말은 사실 부담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조용필은 "아직도 매일 노래를 듣는다. 기타리스트로 시작했기 때문에 코드를 중점으로 듣는데, 주로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유명하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노래엔 분명히 이유가 있어요. 엑소, 방탄소년단, 빅뱅도 다 찾아봅니다." 그는 "내가 지금 활동을 시작했다면 비주얼이 절대 안 된다. '작은 거인'이란 말도 그냥 키가 작으니까 붙은 것"이라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외국 뮤지션 중에는 "호주의 싱어송라이터 '시아(Sia)' 곡을 즐겨 듣는다"고 했다.

"나이가 드는 건 당연한 일이라서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도 말했다. "최근 중저음곡으로만 집중해서 연습합니다. 점점 힘이 떨어져요. 음악을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주 고민합니다." 그는 "'바운스'나 '헬로' 같은 노래처럼 열다섯 살 청중도 '저 사람이 이런 음악도 하는구나' 생각하게 하는 음악을 만들면, 그런 팬들이 앞으로 50년은 더 나를 기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새 앨범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만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19집 '바운스' 성공 후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욕심이 과했어요. 신곡 6~7곡이 있긴 한데, 하나 꽂히면 그것만 하는 성격이라서 이번 50주년 공연과 앨범 둘 다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는 "요즘 노래가 다 EDM(전자댄스음악) 아니냐. 개인적으로는 노르웨이의 앨런 워커 취향이다. 제일 깔끔하다"고 말했다. 최근 평양 공연에 대해서는 "자책을 많이 했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옥류관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감기 때문에 호텔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있어야 했다. 최악의 몸 상태에서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음악 활동을 위한 자기관리로 "2000년대 초부터 술을 줄이고 소식하고 있다. 밤 12시쯤 배가 아플 만큼 고파도 꾹 참는다"고 했다. 그는 "내가 음악을 그만두면 평생 내 음악 들으며 살아온 팬이 '난 뭐가 되는 거야' 생각할까 봐 가장 두렵다"고 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지막 공연을 보면서 '저렇게는 절대 못 하겠다' 생각했어요. 내가 그만두면 팬들은 배신당한 느낌일 거예요. 허락되는 날까진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