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파리에서 열린 '2018 이노베이션 서밋(innovation summit)' 행사장에서 만난 장-파스칼 트리쿠아(54) 슈나이더 일렉트릭 회장은 "현재의 효율화 기술로도 각 건물의 에너지 소비의 30%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빌딩·공장·집 등의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창립한 지 182년이 됐다. 프랑스 10대 기업(2016년 영업이익 기준)에 속한다. 트리쿠아 회장은 1986년 이 회사에 입사해 2006년 사장 겸 CEO, 2013년 회장 겸 CEO에 올랐다.
장-파스칼 트리쿠아 슈나이더 일렉트릭 회장은 5일 파리에서 열린‘2018 이노베이션 서밋’의 기조연설에서“4차 산업혁명은 이미 현실로 우리 앞에 와있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행사는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에너지 효율성과 생산성, 안전성을 높이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주최했다. 세계 관련자들 4600여 명이 참석했다.
트리쿠아 회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건물의 80%는 비효율적"이라면서 "송전(送電)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사용할 때 1kWh(킬로와트시)를 절약하면 발전 단계에서는 3 kWh를 아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4차 산업혁명은 곧 '디지털 경제'를 의미하고, 전기 소비는 2040년까지 지금 수준보다 30% 증가하기 때문에 전기 사용 효율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손흥민 선수가 뛰는 영국 축구구단 토트넘은 새로운 구장에 슈나이더의 '에코스트럭처' 솔루션을 도입해 시설 관리 비용을 30% 줄였다. 사람이 없으면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전등이나 에어컨을 끄는 등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주 오가지 않는 장소는 청소를 줄이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인력 낭비도 줄일 수 있었다.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구단 토트넘은 새 구장에 첨단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시설관리 비용을 30% 줄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리쿠아 회장은 "IoT(사물인터넷)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이 빌딩·공장 관리에 적용되면 에너지 효율뿐 아니라, 생산성과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전기 부하가 많은 배전실·데이터센터 등에 있는 기기들의 온도를 감지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쿨링 시스템'은 화재를 예방한다. 병원에서는 휠체어나 응급의료기기 등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응급 상황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그는 "사무실의 쾌적한 환경은 직원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며 "통풍 자동 관리를 통해 직원들의 병가를 35% 줄인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트리쿠아 회장은 "4차 산업 시대에는 영원한 경쟁자는 없고, 파트너십과 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혼합현실(MR·Mixed reality, 증강현실+가상현실)'을 적용한 공장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다른 기업들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슈나이더는 이외에도 인텔·시스코·에스리(ESRI)·엑센추어 등과 기술 협력을 체결해 빌딩·공장 관리를 위한 인공지능·소프트웨어·IT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지난해엔 영국 유명 소프트웨어 업체인 아비바를 인수했다.
1836년 설립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초창기 철강·군수 장비를 주력으로 하다가 1891년 전기 시장에 진출했고, 1945년엔 건설·철강·기계업으로 사업을 재편성했다. 1975년 전기 배전 기업을 인수한 뒤에는 배전 설치 사업에 주력하면서, 2000년대 무정전 전원장치(UPS)와 빌딩 자동화·보안 사업에 진출했다.
트리쿠아 회장은 "슈나이더는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해온 '100년 넘은 스타트업'"이라며 "이제 전력 관리 업체를 넘어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융합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