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방법이 권장되지만 실제 장수한 사람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장수 비결은 '절제된 식습관(39.4%)'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소식(小食)'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소식도 시기가 중요하다. 성장기에는 소식이 오히려 독이 된다. 다른 시기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성장기 영양부족은 키가 충분히 자라지 못하게 하거나 골다공증이 생길 위험도 높인다.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몸속 면역체계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까지 끌어쓰게 하면서 면역력까지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성장이 거의 끝나는 20~30대에도 소식하지 않는 게 좋다. 이때까지 몸속 특정 세포나 기관의 발달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시기에는 직장생활 등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음식으로 섭취한 열량이 활동에너지로 많이 소모돼 보충이 필요하다. 단, 비만인 경우는 소식이 필요할 수 있다.
소식을 시작하면 좋은 시기는 40~50대다. 중장년층이 되면 과식하지 않아도 기초대사량이 줄고 신체 활동량이 적어지면서 몸에 잉여 에너지가 쌓이기 때문이다. 잉여 에너지는 이상지질혈증이나 비만을 유발한다다. 결국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다양한 심뇌혈관 질환 발생률을 높인다.
실제 나이에 따라 소식의 건강 효과가 달리 나타나는 것을 밝힌 동물 연구가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로잘린 앤더슨 교수팀이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20여년간 진행된 두 편의 연구(2014년 위스콘신대학 연구, 2012년 미국립노화연구소 연구)를 재분석한 결과, 연구에 참여했던 1~23세의 원숭이 121마리 중 6~23세의 성인 원숭이는 소식이 수명 연장 효과가 있었지만, 1~5세에 해당하는 어린 원숭이는 그렇지 않았다. 6~23세 성인 원숭이 중에서도 특히 소식을 한 수컷 원숭이의 경우, 평균 수명이 37.1세로 붉은털원숭이의 평균 수명보다 약 9년이나 더 길었다. 반면 소식을 한 1~5세의 어린 원숭이의 평균 수명은 24.47세로 소식을 하지 않은 원숭이의 평균 수명(27.22세)보다 오히려 짧았고, 조기 사망의 위험도 높았다.
한편, 소식을 끝내야 할 때는 70대다. 장기가 노화하면서 영양소 흡수율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많은 양을 먹어 영양을 보충해야 한다.
소식은 키와 체중을 고려한 필요 열량에서 70~80%만 섭취하는 식으로 시도하면 된다. 평소 두 끼에 먹던 양을 세 끼로 나눠 먹는 게 좋다. 이떄 반찬보다 밥의 양을 줄여야 영양 손실 없이 칼로리만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또한 무턱대고 한 번에 소식을 시작하기보다 4~6주에 걸쳐 천천히 양을 줄여나가자. 갑자기 몸에 들어오는 칼로리가 적어지면 근육량이 급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