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거세진 통신비 인하 압박 시민단체에 원가 자료 넘겨주고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는 27일 보편요금제 입법안 심사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를 향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27일 보편요금제 입법안을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안건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개혁위를 거쳐 국회에 해당 법안을 제출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보편요금제는 현재 월 3만원대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통신 서비스(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 제공)를 월 2만원대에 출시토록 의무화하는 것으로, 통신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해온 제도다.
이뿐 아니라 정부는 지난 12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달 내 시민단체에 통신비 원가(原價) 관련 자료들을 넘겨줄 예정이다. 또 올 하반기부터는 시행령을 통해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령층에게 약 월 1만1000원의 통신비 감면도 실시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선택약정 할인율 25% 상향과 저소득층 요금 감면 실시로 연간 약 1130만명이 혜택을 받는다"면서 "이런데도 통신비 인하 압박만 계속되면 통신업체들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G(5세대 이동통신)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시민단체까지 전방위 압박
정부와 통신 3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 논의를 해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통신업체들은 작년 말부터 올 2월까지 9차례 열린 가계통신비 민관정책협의회에서 "정부 주도의 인위적 요금제를 민간 기업에 강제하는 것은 위헌(違憲) 요소가 있다"고 강력 반대해왔다.
통신 3사를 향한 정부와 시민단체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한 남성이 통신 3사 로고가 모두 나온 스마트폰 유통점 앞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는 계획대로 오는 6월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해 연내 도입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정부가 조만간 통신비 원가 산정 관련 자료들을 공개하면, 시민단체들이 이를 근거로 다시 한 번 통신비 인하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참여연대·통신공공성포럼·통신소비자조합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보편요금제 도입뿐 아니라 기본료 폐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통신 3사가 2017년 거두어들인 영업이익 합계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에도 4조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또 대법원 판결로 공개 대상이 된 2·3G(2·3세대 이동통신) 통신비 산정 자료 외에도 LTE(4세대 이동통신) 관련 자료도 추가로 요구키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은 이달 13일 시민단체나 소비자단체의 추천을 받은 인사가 포함된 심사위원회가 통신 요금 인가를 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표 발의자인 김경협 의원은 "이동통신 서비스는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하는 만큼 통신 소비자가 통신 요금 결정 구조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 상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가 포함된 심사위원회로부터 요금 인가를 받으라는 것은 정부와 시민단체가 시장에 개입해 결국 원하는 대로 요금을 책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제4이통으로 경쟁 키우는 日과 비교
인위적인 시장 개입보다 우리나라도 제4이동통신사를 허용해 통신 시장 구도 자체를 바꾸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웃 일본의 경우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라쿠텐이 최근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다. 라쿠텐은 내년 10월 정식 서비스를 위해 설비투자에 5263억엔(약 5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3년까지 가입자 1500만명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 일본 언론들은 라쿠텐의 등장으로 통신업체 간 경쟁이 심화돼 가격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케이블TV 업계가 최근 제4이동통신에 진출 의사를 밝혔다.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지난 12일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제4 이동통신 참여로 방송통신산업 동반 성장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변혁의 시기에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전부 바꿔 새 틀에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케이블TV 업계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통신 3사가 주축인 인터넷TV(IPTV)에 밀리고 있지만 여전히 1400만명이 넘는 가입자와 2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는 알뜰폰 사업자이기도 하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케이블TV 업계와 통신 3사 대결 구도를 통신 시장으로 연장시킨다면 정부가 인위적 개입을 하지 않고도 통신 요금 인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