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19 22:22

국내 10% '쇼핑 중독', 여성 많아… 구매 목록 기록하고 취미 찾아야

워킹맘인 이모(33·서울 은평구)씨는 자신이 쇼핑 중독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씨는 2년 전에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면서 육아 용품을 사려고 처음 모바일로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복직하면서 장을 보러 가는 게 더 어려워져 생필품까지 모바일로 구매한다. 점차 모바일 쇼핑 횟수가 잦아지더니, 최근에는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실내 장식 용품이나 아이 장난감 등을 매일 주문한다.

◇"열 명 중 한 명은 쇼핑 중독 추정"

쇼핑 중독은 정식 질병은 아니지만, 의학계에서는 이를 다른 중독질환과 같이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쇼핑 중독은 '근대 정신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의 크레펠린 교수에 의해 1915년 처음 '구매광'이라는 용어로 언급됐다. 쇼핑 중독 인구 비율은 연구마다 다르다. 미국 성인 중 5.8%가 쇼핑 중독이라는 연구가 2004년에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는 여대생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5.5%가 쇼핑 중독이라는 결과가 2007년에 발표됐다.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니 32.5%나 쇼핑 중독이었다는 프랑스의 연구도 있다. 이런 연구들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국내 쇼핑 중독 인구가 10% 내외일 것이라 본다.

아직 열지 않은 택배 상자나 쇼핑백이 있다면 쇼핑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아직 열지 않은 택배 상자나 쇼핑백이 있다면 쇼핑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쇼핑 중독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취약하다. 쇼핑 중독인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9대1이라는 해외 연구가 있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쇼핑 중독인 사람은 우울증이나 거식증·폭식증 같은 식이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질환 다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많다"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술·담배·도박 등에 노출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흔히 할 수 있는 쇼핑에 중독된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갈망·내성·금단 느끼면 상담 필요

쇼핑을 즐겨 하는 것만으로 쇼핑 중독이라고 하진 않는다. 중독의 기준은 갈망, 내성, 금단이다. ▲'물건을 사고싶다'는 욕구를 느껴야 하고 ▲쇼핑이 주는 쾌감에 점점 익숙해져 더 많이, 더 자주 사게 되며 ▲쇼핑하지 않으면 우울감, 불안감 등을 느끼는 상태일 때 쇼핑 중독으로 봐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현 교수는 "쇼핑을 하면 누구나 쾌감을 느낄 순 있지만, 가족과 갈등이 생기거나 재정 상태가 안 좋아질 정도로 쇼핑에 빠져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쇼핑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신용카드 대신 현금·체크카드를 쓰고 ▲평소에 구매 목록을 적는 습관을 들이고 ▲TV 홈쇼핑 채널이나 모바일 쇼핑 앱 등을 지우고 ▲가까운 사람에게 쇼핑을 자제시켜 달라고 요청하고 ▲다른 취미 활동을 찾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도움이 된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