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23 03:08

원자재펀드 올 들어 승승장구

정치적 불안으로 국지전이 발생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금 같은 안전 자산을 찾기 시작한다. 특히 중동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국제 유가가 뛰는 일이 빈번하다. 최근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6일 시리아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라고 보고 화학무기 시설을 타격했다. 지정학적 불안은 국제 유가를 상승시켰다. 주요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이란이 시리아 정부군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 자산인 금값 역시 오름세다. 최근 원유, 금 등 실물 자산 가격에 연동해 수익을 내는 원자재 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원유·금 펀드 수익률 상승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자재 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5.39%(20일 기준) 수익률을 내고 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0.79%와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0.29%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지난 19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상업거래소에서 전날보다 2.82% 급등한 배럴당 70.7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자 원유 관련 펀드 수익률도 뛰고 있다. 사진은 2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붙은 가격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지난 19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상업거래소에서 전날보다 2.82% 급등한 배럴당 70.7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자 원유 관련 펀드 수익률도 뛰고 있다. 사진은 2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붙은 가격표. /연합뉴스
원자재 펀드 가운데서도 원유 관련 펀드가 평균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 1~3위를 원유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KODEX WTI원유선물특별자산ETF(원유-파생)' 수익률은 12.27%에 달한다. 이어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1(WTI원유-파생) 펀드'가 12.06%,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특별자산 ETF(원유-파생)'가 11.9% 수익을 내고 있다.

이는 최근 7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국제 유가 덕분이다. 시리아를 둘러싼 긴장 고조에 더해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이달 들어서만 약 10% 올랐다. 지난 18일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3년여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68.47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원자재 펀드 수익률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안보 라인을 보수 강경파가 차지하면서 이란 제재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유가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를 이끌 경우 유가가 올해 배럴당 80~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값도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틈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연말까지 온스당 1250달러 선에 머물렀던 금값은 최근 1350달러에 근접했다. 금값의 움직임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금 선물 ETF 등 관련 펀드 역시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ETF(금-파생)' 수익률은 연초 이후 8.11%로, 원유 관련 펀드 다음으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지속되는 달러 약세와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으로 금 가격이 연말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갈등에 농산물 펀드는 '불안'

반면 농산물 관련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2%대에 그치는 등 원유나 금 펀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글로벌 시장의 농산물 재고량이 풍부해 올해 곡물 가격 상승 여력이 적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미·중 무역 분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들어 수익률이 급감하고 있다.

'삼성KODEX콩선물(H)특별자산상장지수신탁(콩-파생)'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65%로 높지만 최근 1달간 수익률은 0.47%에 그쳤다.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특별자산ETF(농산물-파생)' 역시 연초 이후 수익률은 2.59%지만, 최근 1달간은 -1.68%로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중국이 이달 초 미국산 대두 등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농산물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미국의 대두 수출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