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24 03:00

'미술계 용산 시대' 열리나
리움·아모레·디뮤지엄 미술관 등 시너지 내며 '아트 벨트' 형성
세계 3대 경매사 필립스도 개관

가나아트 한남이 2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복합문화단지 '사운즈 한남' 11호에 문을 연다. 서울 평창동에 있는 가나아트센터의 분관이다. 그 옆 12호에는 경매회사 필립스가 26일 개관한다. 필립스는 크리스티, 소더비와 함께 세계 3대 경매사로 꼽힌다.

서울의 미술 지도가 바뀌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선 삼청동 화랑가는 여전히 건재하나, 청담동·신사동 등 강남의 미술 상권은 저물었다. 높은 임차료가 문제였고, 삼청동·인사동 등 화랑업계와 너무 멀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이 용산, 그중에서도 한남과 이태원이다. 강남을 벗어난 일부 갤러리가 이미 자리를 옮겼고, 해외 유명 갤러리들도 눈독을 들인다. 젊은 상권, 재개발과 맞물리면서 '미술계의 용산시대'가 시작됐다.

리움, 디뮤지엄 그리고 아모레

한남·이태원에 갤러리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삼성미술관 리움이 2004년 10월 문을 열고서다. 이전에도 갤러리 비선재나 백해영 갤러리 등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리움이 들어서면서 갤러리만 20개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홍라희 관장의 사퇴 이후 리움이 공백기에 들어섰지만, 신용산역에 들어선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대형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리움의 빈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뉴욕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페이스 갤러리도 지난해 한국에 진출하면서 한남동을 택했다. 리움과 5분 거리다. 강남구 청담동에 있던 박여숙 화랑과 신사동에 있던 어반아트는 오는 6~7월 이태원 소월길로 옮긴다. 박여숙 대표는 "리움, 디뮤지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과 함께 있어 이 동네 갤러리들은 '미술관 벨트'로 묶이게 된다. 미술 애호가들이 갤러리를 자연스럽게 순례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와 외국인을 잡아라

가나아트센터 측은 용산이 강남·강북과 다 가깝다는 점을 고려했다. "평창동에 있는 가나아트센터에 찾아오지 못했던 고객들이 한남동엔 더 편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갤러리는 한남동에 대사관이 많고 외국인이 많이 살아 해외 컬렉터들의 방문이 쉬운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근처에 신라호텔, 하얏트호텔 등 특급 호텔이 있다.

용산에서도 눈에 띄게 부상한 곳은 한남역과 옥수동을 잇는 독서당로다. 2011년 단국대가 이곳을 떠나면서 지역 상권이 무너진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 자리에 '한남더힐' 같은 고급 주택단지가 지어지면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됐다. 특히 2015년 디뮤지엄과 '매거진B'로 유명한 브랜드 디자인 기업 제이오에이치(JOH)가 들어서면서 20~30대 젊은이의 '문화 성지(聖地)'로 떠올랐다. 공연장 블루스퀘어와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까지 생겨나 문화 상권이 됐다. 개성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가구점도 늘어나면서 유행과 문화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이 지역 미술관과 갤러리들도 이런 젊은 고객을 겨냥한다. 디뮤지엄은 '사진을 찍어도 되는 미술관'으로 소문 내면서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적극 펼쳤다. 서울옥션은 2016년 디지털 판화 전문점인 프린트베이커리 직영 2호점을 독서당로에 냈다. 수천만원대 작품이 거래되는 삼청동 문턱이 높기만 한 젊은 고객들이 찾는다. 갤러리 카페도 많다. 배우 유아인이 북한남 삼거리에 문을 연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갤러리와 카페, 아틀리에를 겸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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