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최근 1년 사이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PER은 주식 가격을 주(株)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주가 대비 기업의 순이익이 많으면 PER은 낮으며, 이는 곧 주식값이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증시는 중국 등 다른 신흥국보다 주가가 유독 싸다는 이유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됐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바이오주는 PER이 큰 폭으로 올라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시총 상위 종목 PER 작년보다 낮아져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종목 중 삼성전자 우선주와 2016년 이후 신규 상장 종목 등을 제외한 43종목의 평균 PER(19일 종가 기준)은 10.32로, 작년 같은 시기(11.59)보다 1.27 낮아졌다.
올해와 작년 PER 값은 2018년 4월 19일, 2017년 4월 19일 종가를 각각 2017년·2016년도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눠 산출했다. PER이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은 삼성전기(353.37→57.97),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아모레퍼시픽(31.94→59.71)이었다. 국내 증시의 '쌍두(雙頭)마차'인 삼성전자(12.95→8.80)와 SK하이닉스(11.91→5.83)도 PER이 하락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조사 대상의 37%(43종목 중 16종목)는 PER이 올랐을 만큼 업종별 편차가 뚜렷했다. 특히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바이오주를 비롯한 헬스케어 업종은 고(高)평가 추세가 꺾이지 않았다. PER이 작년 71.94에서 올해 84.20으로 12.26 높아졌다. PER이 84.20이라는 것은 주당 순이익이 1000원인 기업의 주가가 8만4200원이나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바이오 거품 논쟁'에 불씨를 당긴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소형 바이오주 대부분이 비정상적인 고평가를 받고 있다. 파티가 끝난 대가는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헬스케어 업종 외에 한국전력, LG생활건강 등의 생활 소비재 업종(9.23→15.54)과 현대·기아차, 한국타이어 등의 경기 소비재 업종(9.12→14.77)도 PER이 상승했다.
◇이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보통 "PER이 낮다"는 말은 해당 종목의 진정한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해,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PER이 10 이하이면 '저PER주'로 분류하고, 투자할 가치가 있는 주식으로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PER이 낮은 원인에 대해 '진가를 인정받지 못해서'라기보다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코스피 PER은 2015년 13.44에서 2016년 13.22, 작년 10.87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신한금융투자 김윤서 연구원은 "IT·반도체 등은 경기에 따라서 이익 편차가 큰 종목이기 때문에 실적이 좋을 때는 주가가 이익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종목은 PER이 낮다고 해서 향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고, 성장 동력을 계속 발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IBK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PER은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라며 "국내 시총 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세계 트렌드로 봤을 때 전성기가 끝나가는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에 속하기 때문에 실적이 좋다고 해서 주가가 같이 올라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