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27 03:11

중장기 발전 청사진 첫 공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따라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가 되는 현대모비스가 2025년엔 올해(25조원)의 1.8배인 매출 4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이 분명치 않다"며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합병 비율이 적정하지 않다는 일부 주주들에게 구체적인 성장 비전과 매출 목표를 보여주는 중장기 청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분할 후 지배회사 현대모비스의 매출 목표 등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국내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엠빌리’가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
모비스의 자율주행차 26일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현대차그룹 전체의 미래 전략을 담당하는 역할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엠빌리’가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중장기 매출 계획 외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사업에 집중해 매출을 성장시키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납품 비중을 늘려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또 M&A를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수혈하고 현대차그룹 전체의 미래 전략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차에 집중 매년 8% 성장

현대모비스는 올해 25조원으로 예상되는 매출을 매년 8%씩 성장시켜 2022년에는 36조원, 2025년에는 44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자율주행·커넥티드카 관련 매출을 11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PWC'에 따르면 작년 누적 차량 기준 9200만 대 수준이었던 자율주행·커넥티드카 시장이 2025년 5억4000만 대로 확대된다. 특히 자율주행 차량용 센서 시장은 2021년까지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모비스는 이 시장을 노리고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레이더와 카메라, 라이더(레이저를 활용한 레이더) 등 센서 기술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해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R&D 투자도 부품사업 매출의 10% 수준까지 높인다.

현대모비스 중장기 3대 추진 전략
증강현실을 활용한 차세대 HUD(헤드업디스플레이) 등 미래형 디스플레이 개발도 진행하고, 기존 보유한 제동·조향·안전·제어 부문의 하드웨어 기술에 센서 관련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양승욱 현대모비스 부사장(ICT연구소장)은 "독일의 보쉬가 내연기관 부품사업을 매각하고 미국의 델파이가 자율주행을 포함한 능동안전시스템 부문을 분사한 것처럼, 현대모비스도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벗어나 미래 신기술 전문회사로 변신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현대차 외 납품 비중 확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비중을 높이는 사업 다각화도 추진한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전체 매출의 70%를 그룹 계열사에서 얻는다. 이 같은 수직계열 구조는 모(母)기업이 잘될 때는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지만, 반대의 경우엔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가 중국·미국에서 판매 부진을 보이면서 현대모비스(분할 전)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7% 감소했다.

현대모비스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이런 구조를 깨겠다는 계획이다. 작년 60억달러였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 납품 규모를 2022년에는 1.7배 확대해 100억달러로 키운다. 2022년 이후에도 부품사업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현대차 계열이 아닌 글로벌 업체 수주를 통해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M&A 통해 그룹의 미래 전략 중심으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난다. 현금성 자산 6조5000억원과 투자사업 부문 수익금을 바탕으로 전략적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현대모비스는 작년에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과 기술 업체 등을 발굴하기 위해 해외 사무소와 오픈 이노베이션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세계의 하드웨어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국 선전(深圳)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세웠다. 또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소속 이노베이션 센터와의 공조도 강화한다. 정수경 현대모비스 기획실장(전무)은 "전략적 M&A는 중장기 사업 목표를 앞당겨 달성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그룹 지배회사로서 미래차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인수합병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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