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 년을 살고 몇 년을 더 살았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이야기가 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다. 줄거리는 대부분 알다시피 장난으로 시작한 거짓말이 계속되어 늑대에게 양을 잃고 마는 양치기 소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우화는 여러 사람과 연을 맺으면서 사는 동안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신뢰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꾸준하게 본인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상대편이 나의 진정성을 믿어 주고 나아가 나를 신뢰하게 된다.
지난 27일 TV에서 역사적인 장면을 시청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한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던 북한과 정상회담이 성사되던 날이었다. 이 장면을 본 많은 국민은 대한민국이 이제 북한과 대치 상황을 끝내고 화해의 모드로 가게 되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렇게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쭉 이어가서 정말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통일의 길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60년 이상 살아온 가칭 대한민국의 실버 세대도 이번 정상회담을 환영하리라 본다. 실버 세대의 작은 소망 중 하나가 죽기 전에 남북이 통일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특히나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은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것이 곧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낄 수 있는 현재의 분위기이다.
다만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으론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한 번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 세상살이가 항상 교과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을 우리 실버 세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 수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물론 세상의 모진 풍파를 거쳐 살아왔기에 가지는 실버 세대의 편향적인 생각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꺼진 불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세심함이 온 산을 불태울 수 있는 큰 화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대화. 이것이 이번 남북 정상을 바라보는 실버 세대의 간절한 소망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평화적인 남북통일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