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서 버스 전복 사고… 앞차 추돌뒤 3m 아래로 굴러 운전자 포함 8명 사망, 7명 중상
인근 농가 돌며 총각무 뽑아… 일당 8만원 받던 어르신들 비극
밭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노인들을 싣고 이동하던 미니버스가 교통사고로 넘어져 탑승자 15명 중 8명이 숨졌다.
1일 오후 5시 25분쯤 전남 영암군 신북면 장산리 주암삼거리에서 나주 방면으로 향하던 25인승 미니버스가 앞서가던 흰색 코란도 승용차를 뒤에서 추돌했다. 버스는 우측 가드레일과 가로수를 뚫고 도로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 사고로 미니버스 탑승자 15명 중 운전자 이모(72)씨를 포함해 8명이 사망했다. 운전자 이씨를 뺀 나머지 14명은 모두 고령의 여성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8명 중 이씨 등 6명은 현장에서 즉사했고 2명은 병원 후송 도중 숨졌다.
가드레일·가로수 들이받고 굴러 떨어져… 종잇장처럼 구겨진 버스 - 1일 오후 5시 25분쯤 전남 영암군에서 나주 방면으로 향하던 25인승 미니버스가 앞서가던 차량을 추돌하고 인근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후 도로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버스 탑승객 15명 중 운전자를 포함한 8명이 숨졌다. 운전자를 제외한 탑승객 14명은 이날 밭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고령의 여성들이었다. /뉴시스
경찰은 "편도 2차로에서 주행하던 미니버스가 1차로에서 앞서 진행하는 코란도를 뒤에서 추돌하고 3m 떨어진 도로 옆 도랑에 빠졌다"며 "3m가량 아래로 추락해 차량이 심하게 찌그러질 만큼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는 2차로 중심부에서 시작된 타이어 자국이 충돌한 가드레일까지 새겨져 있었다. 밭으로 추락하면서 가로수와 가로등을 추가로 들이받은 탓에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추돌 충격으로 가로수가 뿌리를 드러내며 뽑혀져 나갔다. 통째로 떨어져 나간 버스 유리창은 휴지장처럼 구겨져 가로수 위에 걸쳐 있었다.
운전자 이씨를 뺀 14명은 봄부터 가을까지 영암과 나주 등지를 돌아다니며 밭에서 일하고 일당을 받는 밭 인부였다. 나이는 67세에서 82세로 70대 노인이 대부분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영암 미암면에서 알타리무(총각무) 작업을 마치고 나주 반남면 마을로 귀가하던 중 참혹한 사고를 당했다. 요즘 밭에선 4~5개씩 붙은 총각무를 씨알 굵은 무 하나만 남기는 솎아내기 작업이 한창이다. 이 밖에 시골 밭에서 고구마, 수박, 호박, 고추 등을 심는 데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오전 6시쯤 밭에 도착한 인부들은 점심때 30분 정도 쉬고 오후 5시가 넘으면 일을 끝내고 돌아간다. 나이 많은 여성은 이렇게 하루 종일 일하면 일당 8만5000원을 받는다고 한다. 남성은 10만원쯤 받는다.
전남 영광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나모(65)씨는 "20~30대 젊은 밭 인부는 100% 외국인이고, 70~80대로 나이가 많은 노인은 어김없이 한국 사람"이라며 "근로자의 날이고 어버이날이고 상관없이 일당 8만원을 받으려고 20~30명씩 밭으로 몰려다닌다"고 말했다. 보통 작업반장이 이들을 미니버스에 태우고 다닌다고 한다. 이날 숨진 이씨가 작업반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코란도 운전자 이모(여·55)씨 등 승용차 탑승자 4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미니버스 중상자 7명을 헬기로 순천과 목포 등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경찰은 교통안전공단 등과 함께 2일 현장 합동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