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엔 3D에 대비하라

우리는 부모로서 자녀 양육, 자녀로선 부모 봉양이라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은퇴와 노후라는 커다란 장벽에 맞닥뜨리게 된다. 더욱이 최근 유행하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뜻) 현상은 미래에 닥칠 여러 상황을 애써 무시하기 위해 현재를 즐기는 도피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삶만 중심으로 하는 행동은 노후를 더 암울하게 만들 수 있다. 욜로도 중요하지만 머지않아 닥치는 노년에 대한 현실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 미래를 예측해 보고 그에 대한 대비를 차근차근 해보는 것이 노년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은퇴 후 노년에는 소위 'ID'(Increa se, Decrease), 즉 늘어나는 것과 줄어드는 것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 노년에 줄어드는 대표적인 세 가지인 노동, 건강, 소득이라는 3D(Decrease)에 대해서 잘 알고, 이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철저한 노년의 삶을 준비해 3D를 3I(Increase)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년에 할 일을 미리 준비하라

첫째, 행복한 노년을 살기 위해서는 줄어드는 노동의 양과 시간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일을 그만둔 후 이직을 경험하는 연령은 49세이고 실제 은퇴 연령은 66.9세였다. 또한 65~79세 인구 557만5000명 중 취업자는 37%인 208만7000명이지만, 그중 53%는 단순 노무직이나 농림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체력이 저하되는 노년에 적합하지 않은 일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행복한 노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을 갖는 게 필수다. 많은 은퇴자가 새로운 일을 위해 자영업의 문을 두드린다. 2016년 통계청 자영업자 현황 분석에 의하면 하루 평균 3000명이 개업 신고를 했다. 하지만 폐업 신고도 하루 2000건에 달한다. 3명 중 2명이 망하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일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점검이 필요하다. 실패할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하는 게 좋다. 단순한 소득을 위한 일보다는 본인이 가진 재능을 활용하고 기부할 수 있는 일이면 더욱 좋다. 일을 하면서 가치와 보람을 느끼고 약간의 소득이라도 발생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또 노년에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 생활을 준비하는 게 일이 없거나 줄어드는 노년을 대비하는 좋은 방안이 된다.

◇노년 건강은 운동과 실손보험으로 대비하라

둘째,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건강이 나빠지는 문제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9.2%가 만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가장 흔한 만성질환은 고혈압, 관절염, 당뇨 순이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신체적 질병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노인 100명 중 10~15명은 우울증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의 증가는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전체 진료비에서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40%까지 늘었고, 더 증가하는 추세다. 노년기에 몸이 아프면 자신감이 떨어지는 데다 경제적 압박까지 더해져 불행한 노년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따라서 건강한 체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가 걷기나 조깅하기, 무리하지 않는 수준의 근력 운동하기, 혼자보다는 2∼3명이 같이 할 수 있는 운동하기 등을 권한다. 노년기 치료비 부담이 큰 질병에 의한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후 실손 의료보험이나 단독형 실손보험, 유병력자를 위한 유병자실손의료보험 등에 가입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줄어드는 소득은 연금으로 준비하라

마지막으로 줄어드는 소득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작년 2월 한국FP학회에서 발표된 논문 '은퇴 기간에 따른 가계경제구조 분석'에 따르면, 은퇴 후 소득은 은퇴 후 10년은 평균 1960만원, 은퇴 후 10~20년은 1600만원, 은퇴 후 20년 후에는 1470만원으로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매년 20% 가까이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은퇴 후 줄어드는 소득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소득 수준에 맞는 소비 생활 또는 소득 보완책 마련을 위한 개인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 '시간, 건강, 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일과 취미 생활, 즐길 시간이 있어도 건강하지 않거나 돈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건강하지 못하고 시간이 없다면 그 역시 무의미하다.

경제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면 건강하게 100세까지 사는 것 자체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마하트마 간디의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처럼 현재 우리의 준비에 따라 불행한 100세 시대가 될 수도 있고 행복한 100세 시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