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01 03:07

한국·미국·중국 기업공개 열풍… 해외시장 공략하고 新사업 확대
적자 기업도 2년간 성장률 20% 넘으면 상장 가능

중국 최대의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이 이르면 올 하반기에 주식시장에 기업공개(IPO)를 단행한다. 현재 중국을 넘어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디디추싱은 현재 미국 또는 홍콩 증시에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디추싱은 상장하면 시가총액 800억달러(약 85조4400억원) 이상의 초대형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도 작년 다라 코스로샤이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하면서 내년 초에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차량 공유 시장을 양분(兩分)한 두 회사가 나란히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세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업계를 주도해왔던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속속 주식시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 가치 상위 5개 스타트업 중 숙박공유 기업 에어비앤비를 제외한 4개 기업이 올해나 내년 상장할 계획이다. 한국 역시 올 들어 10여 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IPO를 추진 중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창업 후 약 10여 년간 국내시장 위주로 성장했던 스타트업들이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과 신사업 확대를 위해 상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000억달러 기업이 온다… 상장 바람 올라탄 한·중·미 스타트업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는 올여름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서 포문을 쏜다. 2010년 창업한 샤오미는 미국 애플을 본뜬 디자인의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중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어 인도·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으로 발을 넓혔고, TV·공기청정기·에어컨 등 생활 가전 시장에도 진출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샤오미가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약 107조원)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공유 자전거 업체인 모바이크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운 중국 최대의 음식 배달 업체 메이퇀뎬핑과 인공지능(AI) 뉴스 서비스 업체인 바이트댄스도 이르면 올해 상장 가능성이 높다.

 

드롭박스의 환호 - 3월 23일 파일 공유·저장 서비스 업체 드롭박스의 뉴욕 상장 행사에서 폭죽이 터지자 임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올 들어 한국, 미국, 중국의 스타트업들이 주식시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드롭박스의 환호 - 3월 23일 파일 공유·저장 서비스 업체 드롭박스의 뉴욕 상장 행사에서 폭죽이 터지자 임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올 들어 한국, 미국, 중국의 스타트업들이 주식시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

미국 스타트업들도 속속 주식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미국의 파일 공유·저장 서비스 업체인 드롭박스는 4월 29일(현지 시각) 기준 주가가 공모가(21달러)보다 40% 이상 상승한 29.61달러, 시가총액은 113억달러(약 12조원)까지 올라갔다.

2006년 창업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주오라, 2011년 창업한 바이오 스타트업인 멘로테라퓨틱스 등도 올 들어 각각 IPO에 성공했다. 또 우버의 라이벌인 리프트, 사진 공유 서비스 업체인 핀터레스트 등 실리콘밸리의 대표 스타트업들도 내년 상장을 목표로 뛰고 있다.

 

올해부터 상장하는 한, 미, 중 대표 스타트업들

그동안 스타트업 IPO의 불모지였던 한국 스타트업들 역시 올해 들어 주식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상장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서비스 기업인 카페24는 시가총액이 1조2000억원에 육박하고, 지난 3월 상장한 병원·약국 정보 검색 서비스 업체인 케어랩스도 공모가(2만원)보다 주가가 3배 가까이 올랐다.

또 터키 등 중동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동영상 커뮤니케이션 앱 '아자르'를 운영하는 하이퍼커넥트와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로 잘 알려진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10여 개 스타트업들이 나란히 상장을 준비 중이다.

해외·신사업으로 확장 위해 상장하는 스타트업들

 

한국 스타트업 돕는 테슬라 요건 상장

올 들어 스타트업들이 대거 IPO에 나서는 이유는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2010년 전후로 창업한 스타트업들은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 성장의 정체, 내수(內需) 시장 포화 등으로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해졌다.

하이퍼커넥트 안상일 대표는 "중동을 넘어 북미, 유럽 등 다양한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스타트업들의 상장이 과거에 비해 훨씬 쉬워졌다. 과거에는 적자(赤字) 기업들은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작년 ‘테슬라 요건 상장’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적자 기업이더라도 매출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기업들은 상장할 수 있게 했다. 또 스타트업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0년 전후로 결성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펀드 중 상당수가 조만간 만기를 맞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금 회수를 위해 벤처캐피털들이 스타트업들의 IPO를 독려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스타트업들이 기업 가치는 부풀리면서 IPO를 하지 않아 거품 논란도 적지 않았다”며 “올해부터 IPO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창업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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