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성기 맞은 개그맨 이영자 예능 프로 '전지적 참견 시점'서 남다른 먹방으로 시청자 호응 얻어 "방송 덕에 소상공인 잘됐으면"
맛깔스러운 ‘먹방’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개그맨 이영자. /MBC
"가마솥에 사골을 넣고 이틀 동안 푸아~아아아아악 우려요. 찌~이이이인한 국물이 나오는 거죠. 여기에 우거지를 후~우우우욱 넣고 끓이면, 이건 게임 끝난 거거든."
이영자(51)의 소고기 국밥 묘사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입맛이 없다"던 매니저는 홀린 듯 메뉴를 주문하고 이영자가 정해준 방법대로 국밥을 먹는다. 국물만 두 번 호로록 떠마시고는 고기를 한 점 먹은 뒤 공깃밥을 말아 먹는 것. '먹바타(먹방+아바타)'란 별명이 붙은 매니저 송성호씨는 "먹으라는 대로 먹으니 맛은 있다"며 웃는다.
개그맨 이영자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MBC 관찰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동네별 맛집 리스트를 소개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대표 음식을 먹은 게 히트했다. 방송이 끝나면 '이영자 김치만두' '이영자 핫도그' 등 그가 먹은 음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들렀던 가게는 '이영자 맛집 지도'란 이름으로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된다. '맛비게이션(맛+내비게이션)'이란 애칭도 붙었다.
"잣국수 안 먹어봤죠? 콩국수가 이영자라면 잣국수는 이영애야." 그의 구수하고 직관적인 맛 표현은 이영자의 먹방을 다른 먹방과 차별화시킨다. "나는 꿀이다~ 하고 감자가 거짓말을 하는 맛"(알감자), "소 한 마리를 통째로 집어삼킨 느낌"(한우 스테이크), "내가 양반이 된 것만 같은 맛"(한정식)같이 실제 경험과 내공에서 우러난 맛깔나는 비유에 시청자들은 이영자의 '먹바타'가 된다. 소셜미디어엔 "영자 언니가 먹으란 대로 먹었다"는 인증샷이 올라오고, 이영자가 한번 먹은 음식은 '완판'된다.
'진정성'이 인기의 비결이다. '전지적 참견 시점' 강성아 PD는 "먹방을 콘셉트로 시작한 게 아니다. 본인이 알고 있는 맛있는 음식을 매니저와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추천한 게 주효했다"고 했다. 이영자의 데뷔를 돕고 30여 년간 지켜본 개그맨 전유성도 "이영자는 말뿐이 아니고 다른 사람을 챙기는 진짜 마음으로 권한 게 시청자들에게도 통한 것"이라고 했다.
경험과 내공에서 나온 남다른 ‘맛 표현’이 이영자 먹방을 특별하게 만든다. ‘꼬막 비빔밥’을 먹을 땐 밥 반, 꼬막 반으로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어야 맛있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한 입 먹고 나면 “나 잘 살았다. 오늘 떠나도 여한이 없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MBC
2010년부터 진행한 KBS 고민 상담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이영자 부활의 단초였다. 만취하면 돌변하는 남편 때문에 고민하는 주부 앞에서 "요즘 술 먹고 상 엎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함께 분노하고, 10년째 동생에게 손 벌리며 사는 철부지 형에겐 "나도 무명 생활을 겪었지만 밤무대를 뛰어서라도 돈을 벌었지 가족의 도움을 받진 않았다"고 일침을 가한다. 고등학생 딸이 출연해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우리 아버지도 나에게 사랑한다고 한 번도 표현하지 않았고 그래서 늘 방황했어요. 자식에게는 무조건 사랑을 줘야 해요. 그래야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거든요."
'살아 살아, 내 살들아' '안 계시면 오라이~' 같은 유행어를 낳으며 옆집 언니 같은 푸근한 이미지, 거침없는 입담으로 1990년대를 풍미한 개그우먼의 귀환을 시청자들은 반긴다. 2001년 이른바 '다이어트 파문'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먹방으로 부활한 이영자에게 '이름을 도용하는 사례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자 그는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다. 내 이름을 사용해 소상공인이 잘되면 그것으로 좋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바야흐로 '영자의 전성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