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인터넷 서점 예스24 대표, 화면 키운 새 전자책 단말기 내놔 "美·中은 전자책 시장 급성장… 국내서도 가능성 무궁무진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묻자 김석환(44) 예스24 대표는 미하엘 엔데의 이름을 꺼냈다. '모모'냐고 묻자 '끝없는 이야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끝없는 이야기'는 내성적인 소년이 친구들의 놀림을 피해 창고에 숨어 책을 읽다가 책 속 환상 세계를 여행하게 되는 내용.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처럼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좋더라"며 웃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 전자책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김 대표는 한 해 단행본만 600~700권 읽는다. 좋아하는 책도 독특하다. 미국 소설가 리처드 바크를 좋아하는데, 대표작 '갈매기의 꿈'이 아니라 '기계공 시모다'를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한다. 신비한 비행사 시모다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정보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벤처 회사를 차리려고 준비하던 중 아버지 김동녕(73) 회장 권유로 2007년 예스24에 입사했다. 그는 "활자 중독인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책 읽는 버릇이 들었다"고 했다.
김석환 예스24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선 IT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이 자기 애들 학교에서는 스크린을 몽땅 빼 버리고 수업하도록 한다”며 “창의성은 어린 시절 독서에서 나온다”고 했다. /성형주 기자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3.3%(2016년)로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은 전자책 매출이 전체 책 시장의 30~40%를 차지한다. 중국도 전자책 이용자가 2016년 3억명을 돌파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거기서 읽을거리를 찾는 건 당연하다"며 "전자책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엑스퍼트' 출시도 주도했다. 기존 6~7인치 화면을 10.3인치로 늘리고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한 메모장 기능을 더했다.
예스24는 1800여 곳의 출판사와 전송권 계약을 맺고 70만여권의 전자책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다. 단말기 이용자는 초반에 남성이 많았지만 현재는 서울·수도권 거주 20~30대 여성이 주고객층이다. 김 대표는 "나만 해도 지난해 아마존 단말기 킨들로 1200권을 샀다"며 "종이책은 자리를 많이 차지해 부담되지만 전자책은 그럴 염려가 없어 경쟁력 있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성인 독서율은 59.9%. 10명 중 4명은 단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다. 플랫폼을 바꾼다고 해서 독서 시장 전망이 달라질까? 김 대표는 말했다. "상상력은 올바른 정보를 양분으로 섭취해야 제대로 자랄 수 있다. 인터넷 정보는 출처라든가 정확도가 책과 비교되지 않는다. 미래가 인간의 상상 속에 있다면 상상력은 책을 양식으로 삼는다. 미래가 필요한 사람들은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