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주연 맡은 배우 오만석·윤공주 "볼수록 더 깊어지는 진실의 힘… 오래 사랑받는 이유 아닐까요"
"해석하고 되새길수록 더 진가가 발휘되는 작품 같아요. 젊어서 볼 때와 좀 나이 들어서 볼 때가 다르죠. 그 안에 담긴 진실의 힘과 무게감이 더 깊어지니까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를 묻자, 이번 공연에서 처음 돈키호테 역을 맡은 배우 오만석(43)이 이렇게 답했다. 둘시네아를 맡아 공연하는 배우 윤공주(37)가 덧붙였다. "꿈꾼다고 미친 게 아니라고 말해 주잖아요. 꿈을 잃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기 때문 아닐까요." 지난 1일 공연이 진행 중인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맨 오브 라만차'의 두 주역 배우를 만났다. 오만석이 "이 공연, 평양냉면처럼 언제 먹어도 맛있고 먹을 때마다 깊이가 다르다"고 하자 윤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뮤지컬‘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역 오만석(오른쪽)과 둘시네아 역 윤공주. 윤공주는 오만석이 부르는‘불가능한 꿈’을, 오만석은 윤공주가 주막집 하녀가 돼 부르는 노래‘알돈자’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이 작품은 지하 감옥에 갇혀 재판을 기다리는 세르반테스가 죄수들과 돈키호테 이야기를 공연하는 액자 구조의 뮤지컬.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로 이어지는 돈키호테의 노래 '불가능한 꿈'은 뮤지컬 명곡으로 첫손 꼽힌다. 이번이 국내 8번째 공연. 2015년 7번째 공연까지 665회 무대에 올랐고 75만명이 봤다. 조승우·정성화·황정민 등 8명이 돈키호테를, 김선영·이혜경·전미도 등 9명이 둘시네아를 연기했다.
오만석에게 이 무대는 "오래 아껴두며 내 안의 세르반테스가 영글길 기다려온" 작품이다. "10년 전쯤 한 번 제안받고 고사했어요. 세르반테스는 삶의 온갖 풍파를 겪고 돈키호테를 썼는데, 그때의 저는 너무 어려서 그 무게를 담아낼 그릇이 못 된다고 생각했죠. 지금도 여전히 두렵지만 더 미룰 수는 없었어요." 오만석은 "세르반테스의 삶이 더 묻어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윤공주가 말했다. "오빠 연기는 진심이 느껴져요. 무대 위에서 '그댈 꿈꿔 왔소' 하고 노래 불러주면 행복해지죠. 오빠한테 '내가 정말 둘시네아가 된 것 같아' 한 적도 있어요."
돈키호테 눈에는 천상의 숙녀 둘시네아이지만, 현실은 비천한 주막집 하녀 알돈자다. 윤공주는 이번이 4번째 둘시네아 역할. "돈키호테를 믿고 싶다가도 참혹한 현실을 마주하면 흔들려요. 내면의 싸움이 반복되죠. 전엔 그걸 어떻게든 표현하려 애썼는데 지금은 그냥 되는 것 같아요. 세월이 그만큼 흘러, 그 마음을 명확히 알 것 같아요." 오만석은 "윤공주씨는 알돈자 장인(匠人)"이라고 했다. "알돈자가 자신의 불행한 삶을 얘기하며 '짓밟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꿈꾸게는 하지 마'라고 노래할 땐 돈키호테로 무대에 서서 듣는 제 억장이 다 무너져요."
두 사람의 이루고 싶은 꿈은 뭘까. 오만석은 "어릴 땐 축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지금은 친목 축구로 매주 월요일 운동장에서 한을 풀고 있다"며 웃었다. "그것 말고 꿈이라면, 멋진 할아버지 배우가 되는 것, 그리고 나중에 창작 뮤지컬영화 감독이 되는 거예요." 윤공주는 "지금처럼 좋은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거 말고는… 한남동에 집 사는 거? 집이 일산인데 공연 때문에 주 6일 한남동에 오거든요, 하하."
두 배우 모두 뮤지컬의 마지막, 세르반테스가 감옥에서 종교재판정으로 끌려 나갈 때 다 함께 '불가능한 꿈'을 부르고, "우리 모두가 라만차의 기사들입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을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뮤지컬을 본 관객 모두의 가슴에 대고 당신도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라고 말해 주는 거예요. 관객 분들이 그런 마음 가슴에 품고 돌아가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