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샷 하나가 '2년차 징크스' 날렸다

통상 '2년 차 징크스'로 표현하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는 스포츠의 경우 2년 차 선수가 데뷔 첫해에 비해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박성현(25)은 지난해 LPGA 투어에서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 상금왕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 7개 대회에 출전해 두 차례 컷 탈락했다. 톱 10에는 겨우 한 차례 들었다. 280야드에 육박하는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여전히 투어 최정상권이었지만, 퍼팅과 쇼트게임이 난조였다. 이 때문에 박성현이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박성현이 7일 막을 내린 LPGA 투어 텍사스 클래식에서 올 시즌 처음이자 통산 3번째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하며 주위 우려를 떨쳐냈다. 비바람이 몰아쳐 72홀 4라운드에서 36홀 2라운드 경기로 축소된 이 대회에서 박성현은 최종 합계 11언더파 131타로 지난해 8월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이후 9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세영이 공동 4위(8언더파), 신지은이 공동 6위(7언더파), 고진영과 이미향이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함께 공동 8위(6언더파)에 올랐다.

박성현은 우승 비결에 대해 "원래 쇼트게임보다 샷을 더 연습하는 편인데 지난주엔 쇼트게임과 퍼트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LA 오픈에서 시즌 두 번째 컷 탈락 이후 2주 넘게 휴식하면서 쇼트게임과 퍼트감 회복에 집중했다. 퍼터도 일자형에서 (뭉툭한 형태의) 말렛형으로 바꾸고 자세도 낮췄다. 앞선 7개 대회에서 30개를 웃돌았던 박성현의 퍼트 수는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24개, 2라운드 28개에 불과했다. 어머니가 4월 마지막 주 훈련을 도운 것도 큰 힘이 됐다. 박성현은 "엄마와 일주일 내내 얘기를 나누며 연습했는데, 엄마가 내 문제점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더라"며 "연습 때 감이 좋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고 말했다.

쇼트게임은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1번 홀 보기를 기록한 박성현은 4번 홀(파5) 칩 인(chip in·아이언샷이 홀로 들어가는 것) 이글로 치고 나섰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이 홀에서 18m 정도 벗어난 그린 밖에 떨어졌다. 하지만 58도 웨지로 친 칩샷이 그대로 홀컵에 들어가 버디를 잡아냈다. 결국 이 버디로 2위 린디 덩컨(미국)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1000만원)를 차지했다.

박성현은 "작년에 너무 잘해서 올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 초반에 더 안됐던 것 같다"며 "나도 우승했으니 다른 2년 차 선수들도 부담 없이 플레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성현은 이어 "시즌 시작하기 전에 목표가 3승이었다. 대회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일단 이 목표로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