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09 03:09

삼바 "회계 검사 중인데… 유감" 이례적으로 성명서 발표
금감원 "직접 검사 이번이처음… 말바꾼 적 없다" 간담회서 반박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논란을 둘러싸고 금융감독원과 삼성 간 장외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8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과거에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금감원을 향한 비판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이에 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회계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민감한 정보를 무분별하게 노출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양측의 날 선 공방에 대해 17일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를 앞두고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림수로 해석한다. 감리위는 김학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과 금융위·금감원 인사, 외부 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되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 회계를 했다"는 금감원 주장이 옳은지 여부를 심사한다. 양측 입장에서는 사실상 첫 재판과 다름없다.

"과거는 맞고 이번은 틀리다 아냐"

금감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관련 발표와 관련 "금감원이 정권이 바뀌자 삼성 회계가 잘못됐다고 말을 바꿨다" "금융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잠정 결론을 공개해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분식회계 논란 놓고 장외공방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때 이런저런 지적이 있었고 바이오로직스가 비상장사였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비상장사를 맡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 회계 검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금감원이 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직접 회계 검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바이오로직스가 상장사가 됐기 때문에 금감원이 나섰다는 것이다.

원 부원장은 이어 "다만 '감독 방향'이 바뀐 것은 맞는다"고 했다. 그는 "최근 금감원장을 3명 연속 민간에서 임명한 것은 그동안 소홀했던 투자자 보호를 좀 더 강조하자는 것"이라며 "회계 쪽에서 우리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검사 내용을 확정 전에 공개한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법적 관련성을 감안해 시장에 가장 덜 영향을 미치면서도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할 방법을 찾던 끝에 내린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유감 표명하며 정면으로 맞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같은 날 주식 시장 개장 전 자사 홈페이지에 '금감원 감리와 관련해 요청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금감원을 향해 '유감'을 표명했다. 피감 기관인 기업이 금융 당국을 향해 유감 의사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성명서에서 "지난 1일 금감원은 조치 사전통지서 내용을 전달하면서 '사전 협의 없이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공문을 보내놓고 오히려 금감원 조치 내용이 확인 절차 없이 기사화돼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금감원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날 성명과는 별도로 금감원이 "삼성 측이 회계 기준을 변경하면서 사전 질의나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주요 회계 법인 의견이 갈리면 금융 당국에 질의를 했겠지만, 국내 3대 회계 법인으로부터 모두 적정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분식 회계 고의성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금감원이 고의성을 입증할 근거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도 회계 위반 무혐의를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분식 회계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바이오로직스가 적극 대응으로 돌아선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일 통지서 내용 공개 이후 사흘 연속 폭락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8일 개장과 동시에 상승해 3.06% 오른 37만5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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