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10 23:44

S&P500 기업 CEO 총보수 분석
혹 탄, 주식 배당 등 합쳐 1위 '무자비한 비용 절감자'로 유명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연봉(年俸)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을 이끄는 혹 탄(Hock Tan·65) CEO로 조사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한 456개 기업 CEO의 총보수를 분석한 결과, 혹 탄 브로드컴 CEO가 지난해 1억320만달러(약 1108억원)의 수입을 올려 가장 많은 급여를 받았다고 9일 밝혔다. 그의 급여에는 연봉(약 110만달러)을 비롯해 보너스와 주식 배당 등의 수익이 포함됐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급여 중 9830만달러어치는 주식이라는 점이다. 그가 향후 기업 실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가 2021년까지 S&P500 지수에 속한 기업 중 75%에 해당하는 기업보다 더 낮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경우 혹 탄 CEO는 단 한 주도 현금화할 수 없다. 반대로 최상위 10%에 속할 경우 최소 1억7920만달러어치를 현금화할 수 있다.

현재 세계 4위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을 이끄는 탄 CEO는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을 인수하려는 야심 찬 행보를 보였다. 5세대 이동통신(5G) 핵심 기술을 보유한 경쟁사 퀄컴을 인수해 세계 3위 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서려고 했다.

탄 CEO는 작년 11월 퀄컴 인수 의사를 밝힌 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싱가포르에 있는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일자리를 늘려주겠다며 설득한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한 기금 15억달러(약 1조6098억원)를 조성하겠다"며 "브로드컴은 미국이 글로벌 리더가 되는 데 동의하고 있으며, 중요한 시설은 미국에 둘 정도로 미국 기업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브로드컴을 "대단한 회사"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올 3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브로드컴은 원래 미국 회사였으나 2015년 화교 자본이 장악한 싱가포르의 아바고에 인수된 후 중화권 기업화됐다고 평가받는다.

탄 CEO는 '무자비한 비용 절감자(cost-cutter)'로도 유명하다. 지난 2월 퀄컴과의 협상 당시 퀄컴이 "인수 금액을 1170억달러(약 126조원)에서 1600억달러(약 172조원)로 올리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탄 CEO는 "알다시피 나는 검소한 사람(frugal guy)"이라며 거절했다.

한편 WSJ는 지난해 S&P500 기업 CEO들의 총보수가 평균 1210만달러(약 131억원)로, 전년보다 9.7%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알파벳 CEO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갖고 있어 월급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연봉을 1달러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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