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마이클 맥거 지음 | 임현경 옮김
현암사 | 304쪽 | 1만5000원
기발한 발상으로 일생 동안 1000개가 넘는 특허를 받은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에게 하루는 너무 부족했다. 어렸을 때부터 낮에 잠깐씩 눈을 붙이며 토막잠을 자는 습관을 들였다. 쉬지 않고 하루 18시간씩 일하며 결국 100시간 이상 지속되는 백열전구를 발명했다. 잠을 경멸했던 에디슨이 끝내 잠을 '살해한' 순간이었다. 1980년대 뉴욕에 백열전구를 소개하며 사무실을 그곳으로 옮긴 그는 레스토랑 '델모니코'에서 가끔 점심을 먹었다. 밤 12시 정각에.
에디슨과 달리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잠을 좋아했다. 정오가 될 때까지 침대에서 뒹굴곤 했는데 한번은 새벽 5시에 자신을 만나야겠다는 스웨덴 여왕의 고집 때문에 몸살에 걸렸다. 일찍 일어났다간 자신이 결국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데카르트는 침대에서 몸을 간신히 일으킬 때마다 자기가 깨어 있는 건지, 혹시 아직도 자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그의 명언은 이런 궁금증에서 나온 말일지도 모른다.
수면 장애로 평생 잠과 전쟁을 벌이며 이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저자가 인류의 역사와 문화 속에 숨쉬고 있던 '잠'을 탐구한 인문 에세이를 펴냈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호메로스부터 현대의 에디슨, 나이팅게일까지 많은 인물의 잠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사람들은 잠이 많아서 혹은 잠을 못 자서 괴로워한다. 이들에게 저자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인용한다.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잠잘 때는 모두 평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