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14 23:18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조금만 도와주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될 기업들이 많습니다. 금융권이나 정책 자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창업 3~7년 차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유니콘의 씨를 뿌리겠습니다."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중소기업유통센터 접견실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 가운데 글로벌 시장 잠재력이 있는 혁신성장 기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이사장은 올 3월 제17대 중진공 이사장에 취임했다. 현대증권 펀드매니저를 시작으로 플랜트 제조업체 케이아이씨를 경영하고, 저비용 항공사 이스타항공을 창업하며 금융권과 산업계, 정계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정책 사각지대 기업에 적극 지원

이 이사장이 언급한 역점 사업은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를 지나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다. 데스밸리란 기업이 제품·서비스 연구개발(R&D)에는 성공했지만 사업화, 생산 능력 확충 등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 3~7년 차 시기를 말한다. 기술개발로 성공이 눈앞에 왔지만 자산은 대부분 담보로 잡혀 있어 금융권 대출은 더 안 되고, 신용도가 낮은 탓에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없어 보릿고개형 자금난을 겪는다.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금융권이나 정책 자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 이사장은 "자율주행차, 핀테크(금융+기술), 스마트 공장 등 혁신성장 기업을 중심으로 연 3~4%대의 저리(低利)로 자금을 지원하면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 크게 성장할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공은 내년부터 이들 중소기업에 연간 5000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최근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하는 모태펀드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지만 단계가 복잡해 집행된 예산을 기업이 받을 때까지 2~3년이 걸린다"면서 "중진공을 통해 이들 기업에 지원하면 반년이면 매출 증가,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이사장은 국내 대표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 등을 배출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올해 추경 예산에 500억원을 반영해 안산, 경산 등 5개 지역에 있는 창업사관학교를 서울, 세종, 부산 등 전국 17개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목동에 추진하는 아마존캠퍼스 형태의 혁신성장밸리도 8월쯤이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인 출신 첫 중진공 이사장

이 이사장은 1979년 초 중진공 출범 후 40년 역사상 첫 중기인 출신 이사장이다. 중진공은 정책 자금 집행, 창업 프로그램 운용 등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공공기관이지만 이사장은 대부분 관료나 학자 출신이었다.

이 이사장은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납품 단가 인하 같은 대기업 갑질도 겪어봤고, 정책 자금을 받아 매출 300억원대 회사를 5년 만에 2000억원으로 키우기도 했다"며 "직접 병을 앓아본 의사가 처방하는 것처럼 중소기업에 꼭 필요한 지원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증권사에 다니던 1998년 당시 전자상거래 업체 인터파크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해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인터파크처럼 싹수가 있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지원해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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