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년을 맞은 건 생플루아 성당뿐이 아니다. 김 신부 역시 1968년 혈혈단신 유럽으로 건너와 화단(畵壇)에 데뷔한 지 50년을 맞았다. '신부 겸 화가'로서 50년간 5000점이 넘는 작품을 쏟아냈다. 스테인드글라스, 도자기, 회화 등 '3가지 날개'로 활동하는 김 신부의 애칭은 '빛의 화가'. 특히 동양화의 선(線)과 서양 추상화를 접목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유럽 작가들과 뚜렷이 차별화되는 역작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 신부가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어준 성당만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에 걸쳐 35곳에 달한다.
2010년 프랑스 정부가 주는 문화예술훈장인 '오피시에'를 받았다. 2016년엔 한국인으로는 처음 '아카데미 프랑스 가톨릭' 회원에 추대됐다. 폴 세잔 협회 회장인 저명 미술 평론가 드니 쿠탄은 2015년 김 신부에 대한 비평서 '김인중, 획을 통해'를 출간했다. 드니 쿠탄은 김 신부에 대해 "회화에서는 인상파 세잔,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야수파 마티스, 도자기에선 입체파 피카소를 계승한다"고 했다.
유럽에 온 지 50년째를 맞아 김 신부는 "영광스러운 한 해를 맞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 중부 도시 앙베르는 올 연말 김 신부의 이름을 딴 '김인중 미술관'을 개관한다. 김 신부의 작품을 보고 감명받은 앙베르 시장(市長)이 옛 재판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하면서 김 신부의 작품을 영구 전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는 7월에는 호주 애들레이드에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 '김인중 스페이스'가 문을 연다.
천주교 도미니칸회 소속인 김 신부는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ROTC 1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미술 교사로 일하다 '예술의 나라'에 가고 싶어 유럽으로 떠났고, 스위스 유학 도중 사제가 됐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때 국전(國展)에서 계속 낙방한 것이 겸허한 마음을 갖게 했다"며 "어둠을 알아야 빛도 이해할 수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체력도 끄떡없다. 체조와 농구로 단련한다. "곧 여든이 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작품 활동을 합니다. 궁극의 아름다움은 나이를 잊게 하는 젊은 에너지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