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 햄프슨 감독, 관객 대상 워크숍으로 원작 재창조 친구 찾아 모험 떠나는 '헨젤과…' LG아트센터서 27일까지 공연
2016~17년 시즌 106회 공연에 관객 11만3586명. 직전 시즌(74회, 7만6548명)에 비해 공연 횟수와 관객이 크게 늘었다.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에 크리스토퍼 햄프슨(45) 예술감독이 2015년 부임한 뒤 변화를 상징하는 숫자다. 이 발레단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23일부터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창작발레 '헨젤과 그레텔'은 이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햄프슨 감독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무대 위와 그 너머에 영감을 주는 것"이라며 "지역 공동체와 함께 창작하며 발레단과 관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23일부터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헨젤과 그레텔’은 일반인들의 아이디어를 이야기와 안무에 반영해 새롭게 창작됐다.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
스코틀랜드 발레단의 헨젤과 그레텔은 중세 동화 특유의 암울함을 걷어내고 화려한 판타지를 불어넣었다. 남매가 부모에게 버림받는 게 아니라 실종된 친구들을 찾아 숲속으로 모험을 떠난다는 설정이 대표적. 햄프슨 감독은 "2012년 말 어른과 아이가 함께하는 창작 프로그램 '헨젤과 그레텔과 나'를 진행해 창작에 반영했다"고 했다. "창의력과 예술을 향한 열정을 일깨우는 게 제일 큰 목표였어요. 도시와 시골의 학교와 지역 기관을 도서관·미술관·산림청 관계자들과 함께 찾아갔죠. 워크숍을 통해 두려움, 상실, 배신, 가족 같은 원작의 테마가 어떻게 현재 사람들의 삶과 연관되는지 찾아냈어요." 그렇게 해서 발레는 원작의 부모와 아이 역할에 변화를 주고, 4가지 형태로 변신하는 마녀를 주인공으로 부각시켰다. 이야기는 해리 포터 같은 모험담으로 다시 태어났다. "생기 넘치는 에너지, 눈부신 일관성, 자연스러운 시각적 우아함을 보여준다"(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평을 받았다. 그는 "공연은 관객의 반응을 계속 반영해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발레단은 디지털 미디어로 관객과 발레단 사이 벽을 허무는 데도 적극적이다. 작년 4월부터 무용수 메이크업, 발레 피트니스, 연습실 풍경 등을 동영상으로 온라인에 공개했다. 동영상이 90만회 이상 시청됐고, 20대 이하 젊은 관객이 전년보다 5% 이상 늘었다. 작년 영국 최대 공연예술협회 UK 시어터스의 관객개발상도 받았다.
크리스토퍼 햄프슨 예술감독.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
햄프슨 감독은 "특히 어린 관객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함께 작업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어린 관객은 솔직해요. 공연이 재미있는지 없는지 바로 얼굴에 드러나죠. 무대에 함께 오르는 어린이들이 다 무용수가 되진 않겠지만, 춤추는 즐거움, 예술을 향한 헌신과 열정의 가치는 기억할 테니까요." 이번 공연엔 한국 어린이 무용수 8명도 무대에 오른다.
발레단의 예술적 성과는 사회 기여로 환원된다. 햄프슨 감독은 "가능한 한 폭넓게 지역 공동체와 연결하고, 특히 소외 계층에 다가가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글래스고 등 5개 도시에서 주 3회 진행 중인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춤'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환자들이 질병의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춤으로 극복하도록 돕는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소그룹 춤 지도로 신뢰를 쌓고 무용과 음악, 시각예술을 가르친다.
공연 관람 포인트를 묻자 햄프슨은 "마녀 캐릭터가 가장 화려하지만, 헨젤과 그레텔의 관계 변화에도 주목해보라"고 했다. "두 아이는 모험을 통해 누가 누구보다 더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마지막에 승리하려면 서로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깨달음 아닐까요?" 공연은 2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