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24 03:06

"오랜만입니다, 죽다 살아난 윤석금입니다"
잘나갔다, 망했다, 다시 일어섰다… 또다른 도전 나선 샐러리맨 신화

"여러분, 반갑습니다. 죽었다 살아난 윤석금입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스카이31' 회의장. '영원한 세일즈맨'으로 불리는 윤석금(73) 웅진그룹 회장이 환한 얼굴로 단상에 섰다. 싱글 정장 차림에 황금빛 넥타이를 맨 윤 회장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강연을 시작했다. 웅진 고객사 대표와 임직원 100여 명을 상대로, 사업 실패를 딛고 재기하는 바탕이 된 웅진의 기업 문화를 열정적으로 전했다.

1시간 강연을 마친 윤 회장은 본지와 단독 인터뷰했다. 2012년 법정관리 신청 후 6년 만에 갖는 언론과의 만남이다. 그는 렌털 사업에 대한 강한 도전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앞으로 모든 제품을 빌려 쓰는 시대가 될 것이다. 4차 산업 시대에 초거대 산업으로 떠오를 렌털 분야에 모든 것을 걸겠다." 윤 회장은 특히 "2013년 MBK파트너스에 매각한 코웨이를 반드시 재인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죽었다 살아난 윤석금"

"기업은 때때로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키울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 윤석금을 보십시오."

윤 회장은 웅진을 살린 기업 문화를 구체적인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직원들이 신바람 나서 일하도록 기(氣)를 불어넣어야 회사가 쑥쑥 성장한다"며 점심 목욕탕 회동을 통해 기 살리기에 나섰던 일화를 전했다. 그는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아주 많이 사랑해야 한다"며 '또또사랑'을 회사 사훈(社訓)으로 정한 이유도 설명했다. "(사훈을 지키려) 나는 지금도 아내와 하루 한두 번 키스하고, 꼭 껴안고 잔다"는 말엔 웃음이 터졌다. 그는 "불필요한 잡일을 싹 없애고, 핵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최고 경영자가 만들어줘야 한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둔 리더의 자세도 강조했다.

지난 16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법정관리를 딛고 다시 일어선 바탕에는 끈질긴 영업력과 웅진을 믿고 다시 뭉친 ‘사람의 힘’이 있다”며 “칠십이 넘은 나이지만 희망과 꿈이 있기에 늙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법정관리를 딛고 다시 일어선 바탕에는 끈질긴 영업력과 웅진을 믿고 다시 뭉친 ‘사람의 힘’이 있다”며 “칠십이 넘은 나이지만 희망과 꿈이 있기에 늙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윤 회장은 1971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1980년 자본금 7000만원, 직원 7명으로 시작한 회사를 2011년 매출 6조1000억원, 직원 4만5000명의 재계 32위 웅진그룹으로 키워 '샐러리맨 신화(神話)'로 불렸다. 하지만 2008년 외환 위기 여파로 휘청거리다, 2012년 법정 관리를 신청하며 추락했다.

그는 "웅진코웨이와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등 알짜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해 빚부터 갚았다"며 "나의 경쟁력인 세일즈를 통해 렌털 사업으로 다시 딛고 일어서겠다는 자신감을 한 번도 잃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회사를 살려보겠다며 투자했던 2조원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질 때, 몸에서 피가 멎는 듯했지만, 끈질긴 영업력을 바탕으로 결국 재기에 성공했다"며 껄껄 웃었다. 2014년 시작한 웅진씽크빅 '북클럽' 회원수는 50만명에 육박한다.

웅진렌탈로 제2의 도전

윤 회장은 위기를 극복한 바탕에는 '사람의 힘'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난 3월 낸 경영 전략서 제목과 같다. 그는 "웅진을 믿고 지킨 직원들 덕분에 1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생활가전을 전문으로 하는 웅진렌탈을 시작했다. 정수기 렌털 1위 코웨이를 사모(私募)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넘긴 지 5년 만에 선보인 독자 브랜드다.

원수(原水) 상태를 점검하는 기능을 갖춘 정수기, 360도 전 방향에서 공기를 빨아들이는 ‘타워 청정기’, 회오리 방식으로 물줄기를 뿜어내는 비데, 20단계로 쿠션을 조절하는 ‘슬립 컨트롤’ 매트리스 등 8종을 내놓았다.

그는 “현재 확보한 고객 계정이 2만개를 넘고, 연말까지 10만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제품 판매에 나선 인력의 90% 이상이 웅진코웨이에 몸담았던 직원들입니다. 이게 바로 ‘사람의 힘’ 아니겠습니까.”

윤 회장은 코웨이 인수에 집념을 보였다. “상대가 공개적으로 팔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매물로) 나오지 않겠습니까. 아직은 짝사랑이지만 꼭 갖고 오겠습니다.”

◇“젊은이여, 꿈을 향해 도전하라”

윤 회장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긍정의 힘’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항상 신이 났습니다. 기(氣)가 살아 있는 사람과 조직은 이기고, 기가 빠진 쪽은 질 수밖에 없어요.” ‘흙수저론’에 절망하는 청춘이 많지만,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못 할 일이 없다고도 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지만, 무한한 기회가 있는 중소기업에 몸을 던져 치열하게 꿈을 펼쳐보라”고 할 땐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는 “실패한 뒤, 계속 도전하려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실천했다”고 말했다. 요즘도 일주일에 5일은 매일 한 시간씩 걷고, 3일은 필라테스를 한다고 했다.

윤 회장은 손바닥만 한 종이에 인쇄한 ‘나의 신조’를 기자에게 건넸다. 80년대 중반, 40대 초반에 접어든 윤석금의 각오를 글로 적은 것이다. 그가 우렁찬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능력을 믿으며, 어떠한 어려움이나 고난도 이겨낼 수 있고, 항상 자랑스러운 나를 만들 것이며….” 그는 ‘내 나이가 몇 살이든 스무 살 젊음을 유지할 것’이라는 대목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칠십이 넘었지만 늙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합니다. 나에겐 희망과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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