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24 00:58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된 뒤 업계 최고 수익 내고 있지만…
본사 착취로 점주들 수익 악화", 본사 "관행 없애 수익 좋아져"

"3200억원어치 판 회사(교촌치킨)는 200억 버는데, 2400억원 판 회사(bhc)가 650억 번다는 게 말이 됩니까?"(진정호 bhc 가맹점협의회장)

"전 오토바이로 배달하다 넘어져 다치고, 아내는 타르 냄새 가득한 주방에서 건강 잃고…. 본사는 높은 수익을 내지만, 저희 부부는 겨우 입에 풀칠합니다."(가맹점주 A씨)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bhc의 가맹점주 250여 명은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현수막을 펼쳐들며 본사에 식자재 납품 단가 인하와 원가 공개 등을 요구했다. 최근 설립된 bhc가맹점협의회에는 전체 1430여 가맹점의 60% 수준인 900여 곳의 점주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bhc의 가맹점주들이 집회를 열고 본사에 식자재 납품 단가 인하와 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bhc의 가맹점주들이 집회를 열고 본사에 식자재 납품 단가 인하와 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본사가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2013년)된 후 업계 최고의 수익을 내고 있지만, 점주들은 그만큼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각 bhc 측은 해명 자료를 내고 "올해에만 4차례 점주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경청했는데, 돌발적 단체행동에 당황스럽다"며 "본부가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은 전문경영 체제를 도입해 비합리적 관행을 없앴고, 다른 업체들처럼 공급·유통 계열사를 설립해 이익을 분산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본사 "투명·선진 경영 덕분", 가맹점 "점주 착취 탓"

bhc 본사·점주 간 갈등의 핵심에는 30%에 육박하는 bhc의 영업이익률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bhc는 매출 2391억원, 영업이익 6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7%다. 같은 기간 나머지 치킨업계 '빅4'의 영업이익률은 교촌치킨이 6%, BBQ·굽네치킨이 각각 9% 수준이었다.

점주들은 "30%대 영업이익률은 점주를 착취해 달성한 수치"라고 했다. "본사가 판관비(판매·관리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를 줄이고, 경영을 아무리 효율화한다 해도 닭값·기름값으로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맹점협의회에 따르면 bhc 점주들은 생닭(절단 마친 1㎏ 기준)을 5600~6000원 정도에 공급받는다. 가맹점주 B씨는 "경쟁업체인 BBQ는 약 5000원, 교촌치킨과 네네치킨은 4000원대 초반 수준에 공급받는다"고 주장했다. 식용유값도 논란이 됐다. bhc는 해바라기유를 사용하고 있다. 가맹점협의회 측은 "2012년 1㎏에 1437원이던 해바라기유가 지난해 6월 기준 908원까지 급락했는데도 우리가 공급받는 가격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본사 측은 "우리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해바라기유 시세와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생닭 공급가에 대해서도 "시장 시세에 따라 유동적이며, 브랜드마다 가공 과정이 달라 단순히 타사와 비교할 수 없다"고 맞섰다. bhc 관계자는 "가맹점주의 불만이 커진 것은 인건비·임대료·배달비 등이 인상돼 가맹점 수익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인 해법은 제품 가격 인상이지만, (가격 인상 추진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올해 초 bhc가 가맹점에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점주들의 어려운 사정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사모펀드의 과도한 이익 추구…산업 생태계 무너트릴 수도"

하지만 프랜차이즈 전문가들은 "bhc가 아무리 경영을 효율화한다 해도 3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내는 것은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구조에 비추어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C교수는 "30%대 영업이익률은 게임업체에서나 가능한 수치"라며 "결국 bhc가 닭·식용유 등을 엄청 싸게 사오거나 엄청 비싸게 점주들에게 팔아 이익을 많이 남겼다는 것 외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bhc를 소유한 사모펀드 입장에선 회사의 영업이익률을 높여야 재매각에 유리하고 투자자들에 배당도 할 수 있어 무리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사모펀드의 경영 방식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국내 요식업의 생태계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생활산업연구실장은 "대다수 점주는 자영업을 통해 결국 자기 인건비를 버는 상황"이라며 "본사가 이익을 너무 많이 가져가 가맹점주의 이익을 줄이는 상황까지 가면 그 산업은 유지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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