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24 02:43

인적 뜸한 제주시 원 도심 살리기… 특산물로 음식 개발해 축제 열어

지난 20일 제주도 제주시 탐라문화광장 푸드트럭들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말고기를 다져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 말고기와 팔삭(재래종 감귤)으로 만든 샌드위치, 찰보리와 콩으로 만든 도넛 등 제주 토종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맛보려는 관광객과 주민들이었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날씨가 궂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온 정경원(39)씨는 "말고기라기에 거부감도 조금 있었지만 먹어보니 전혀 이상하지 않고 심지어 맛있다"고 했다.

19~20일 열린 '제주 푸드포트 페스티벌'은 제주 특산물을 활용해 새롭게 개발한 제주 음식 6가지를 푸드트럭 6대에서 선보이는 자리였다. 메뉴 개발은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주도했다. 센터는 서울의 메뉴 개발 전문업체 '레시피팩토리'에 의뢰해 요리법을 개발했다. 개발된 요리법은 '제주 공공형 레시피'라 이름 붙였다. 팔삭, 말고기, 보릿가루, 메추리알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제주 특산물을 활용했다. 팔삭이 대표적이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나 '제주 자몽'이라고도 불리는 재래종 감귤로, 한라봉 등 당도 높은 품종에 밀려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달콤쌉쌀한 맛이 자몽과 비슷한 재래종 감귤 ‘팔삭’과 말고기로 만든 샌드위치. 지난 주말 ‘제주 푸드포트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였다.
달콤쌉쌀한 맛이 자몽과 비슷한 재래종 감귤 ‘팔삭’과 말고기로 만든 샌드위치. 지난 주말 ‘제주 푸드포트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였다.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480만 명. 섬 전체가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할 정도지만, 제주시 원 도심은 예외다. 탐라문화광장이 들어선 제주 동문시장 뒤 일대는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 발길도 뜸하다. 지금은 쇠락했지만 과거 제주의 중심 상권이었다. 서귀포 출신 서경애(50)씨는 "원 도심의 일부인 칠성동은 '제주의 명동'이었다"며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명절마다 옷 사러 나오던 곳"이라고 했다.

센터는 원 도심을 활성화할 방법을 고민하다 음식을 떠올렸다. 메뉴 개발을 의외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이재근 센터 사무국장은 "원 도심 재생의 핵심은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여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며 "음식만큼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데 효과적인 '무기'가 없다"고 했다. 실제 이틀 동안 열린 페스티벌에 3000여 명이 찾아왔고, 준비한 1200명분 음식은 동났다. 이 사무국장은 "제주도에서 행사를 하면 50명 모으기도 힘든데, 무료 시식회라고 해도 이 정도면 엄청난 성공"이라며 "음식을 통한 원 도심 활성화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이번 선보인 6가지 제주 음식들은 앞으로 탐라문화광장 일대에서 판매된다. 음식 레시피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센터 홈페이지(www.jejuregen.org)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