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26 01:17

순수

순수

조너선 프랜즌 지음 | 공보경 옮김
은행나무 | 827쪽 | 1만8500원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59)은 2000년대 미국 문학의 수퍼스타다. 장편 소설 '인생 수정'(2001년)으로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대중적으로도 잘 팔리는 작가다. 활달한 이야기 솜씨와 정교한 플롯, 유려한 문체를 고루 갖췄다는 평. 2015년에 발표한 것으로,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휴가 중 읽은 책이다. 인터넷 시대의 지식인 소설이면서 미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세태 소설이기도 하고, 개인의 정체성 찾기를 다룬 교양 소설이기도 하다. 인터넷 아나키즘과 온라인 저널리즘에 어쩌다 몸담게 된 한 여성이 혼돈한 현실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딥'은 젊고 자유분방하며 지성도 갖춘 여성이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대학 학자금 대출로 13만달러를 빚진 채 사회에 나왔다. 텔레마케터로 일하던 그녀는 비밀 조직 '선라이트 프로젝트'에 가입한다. 국가와 기업의 기밀을 인터넷에 무단 유출하는 조직이다. 지도자는 동독에서 나고 자란 인터넷 혁명가다. 하지만 그는 인터넷 탐사 보도 매체 '덴버 인디펜던트'가 자신의 비밀을 폭로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는 주인공 '딥'에게 '덴버 인디펜던트'에 위장 취업해 첩자로 활동하라고 시킨다.

인터넷 매체의 발행인 역시 복잡한 비밀을 지니고 있다. 두 비밀 사이에 낀 주인공은 서서히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인터넷의 개방성과 개인의 개별성이 충돌하는 현상을 '비밀'이란 열쇠어로 그린 것. '비밀은 인간이 내면을 갖게 되는 방식'이라며 인간 영혼을 탐구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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