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류량 줄면서 두통 심해져 시야 흐림 증상도 나타날 수 있어 24시간 '뇌심혈관센터' 알아둬야
#사례 1. 배모(70)씨는 최근 걸을 때 바닥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속이 울렁거리거나 머리가 욱신거리는 증상도 생겨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뇌심혈관센터를 찾아 정밀 검사를 한 결과, 심한 경동맥 협착을 확인하고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 이후 어지럼증과 두통이 사라졌다.
#사례 2. 김모(32)씨는 어느 날 수영을 하던 중 갑자기 극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좌측 척추동맥 혈관 박리(찢어짐) 진단을 받았으며,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뒤 증상이 호전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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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은 전체 인구의 90%가 한 번쯤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뚜렷한 의학적 원인이 없는 '일차성 두통'은 대부분 진통제를 먹거나 쉬면 가라앉는다. 그러나 뇌혈관 이상이나 외상에 따른 '이차성 두통'은 다르다. 이차성 두통은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극심한 통증이 수주에 걸쳐 심해지는 증상이 특징이다. 메스껍거나 구토를 하고, 의식이 흐려지거나 눈앞이 잘 안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차성 두통이 뇌혈관질환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심재현 PMC박종합병원 뇌혈관센터장은 "이차성 두통은 뇌졸중 같은 뇌혈관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 난생처음 겪는 심한 두통이 생기거나 증상이 일반적인 두통과 다르다고 판단되면 뇌심혈관센터를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뇌졸중의 경고 '혈관성 두통'… 수영하다 병원 찾는 경우 늘어
이차성 두통의 원인은 사고로 인한 머리·목 손상, 경동맥 혈관 질환, 뇌종양 등이다. 그중에서도 혈관성 두통은 혈관 협착과 혈관 박리가 주원인이다.
목 부위의 경동맥 협착은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을 막는 죽상(粥狀)동맥경화증 때문에 일어난다. 경동맥이 좁아지면 원래 혈류량을 유지하기 위해 뇌 내 혈관이 확장되면서 머리가 욱신거린다. 혈류량이 더 줄면 어지럼증이나 시야 장애가 나타나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 안면마비가 오거나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지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혈관 박리로 인한 두통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외상 때문에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척추동맥이 손상되면 혈관벽이 찢어지면서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남녀노소를 떠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심 센터장은 "최근엔 수영을 즐기다 갑자기 급격한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생겨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었다"며 "심한 뒷머리 통증과 시야 흐림 같은 증상이 있으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재현(왼쪽) PMC박종합병원 뇌혈관센터장이 경동맥 협착 환자에게 뇌혈관 조영술을 설명하고 있다.
/PMC박종합병원 제공
◇뇌졸중 위험 인자 있다면·…24시간 운영 '뇌심혈관센터' 알아둬야
뇌졸중 초기에는 단순한 두통이라고 착각하고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뇌졸중으로 악화하기 전에 스텐트 삽입술 등 적절한 치료를 하면 재발률이 낮다. 이차성 두통 같은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재발률이 10%대로 높아진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뇌심혈관센터를 방문하거나 심장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뇌졸중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은 생활 습관을 개선해 경동맥 협착을 예방해야 한다. ▲55세 이상 ▲남자 ▲부모의 뇌졸중 이력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경동맥 협착 ▲협심증 ▲심근경색 ▲흡연 ▲과음 ▲비만 등은 뇌졸중 발병률을 4배까지 높이는 요소다.
이 같은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도한 나트륨이나 고지방 위주의 식사를 줄이고, 여러 영양소가 고루 섞인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현미·채소류·콩류 등에 든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될 수 있다. 운동은 필수다. 일주일에 서너 번, 회당 30~60분간 가벼운 걷기나 등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산소를 체내에 원활하게 공급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된다.
박진규 PMC박종합병원 이사장은 "두통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혈관성 두통을 유발할 위험 인자가 있다면 24시간 운영하는 뇌심혈관센터를 미리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