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 하반기 佛 북서부 생 잠므에 착공… 현지 파리바게뜨 3호점 오픈 예정 "중동·아프리카 시장 넓힐 것"
"빵의 본고장에서 파리지앵 입맛을 사로잡으면 세계인의 입맛도 잡을 수 있습니다."
'제빵왕' 허영인(69·사진) SPC그룹 회장이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빵 공장을 짓는다. 황해도 옹진의 작은 빵집 '상미당(賞美堂)'에서 시작한 가업(家業)을 글로벌 제빵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그가 결심한 지 약 50년 만의 '대진격'이다.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은 "올 하반기 중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생 잠므 지역에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프랑스 일간지 '우에스트 프랑스'는 이와 관련, "SPC가 이르면 올 9월 빵 공장을 착공할 것"이라고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프랑스에 빵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1단계로 3만㎡(약 9000평) 부지에 공장을 세워 빵의 원료인 '휴면 반죽'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휴면 반죽(dormant dough)은 반죽을 냉동 숙성시킨 반(半)제품을 뜻한다. 이를 구우면 빵이 된다. SPC그룹의 유럽 첫 현지 공장이 들어서는 프랑스 북서부의 브르타뉴 지방은 프랑스 내 식품산업 분야 생산량 1위 지역으로 1300여 개의 식품 회사가 몰려 있다. 주변에 3만여 곳의 농장 사업체 등도 자리 잡고 있어 생산 공장이 들어서면 육류와 채소·유제품 등 식자재 원료를 공급받기 쉬운 지역으로 알려졌다.
허영인 회장은 이번 공장 착공에 맞춰 프랑스 내 파리바게뜨 매장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유명 관광지인 몽생미셸에 파리바게뜨 3호점을 열 것으로 전해졌다. 몽생미셸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바위섬인데, 매년 3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허영인(가운데) SPC그룹 회장이 현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PC그룹
허 회장은 1960년대 후반 제빵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파리에 자리를 잡아 전 세계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래서 1986년 '파리'라는 이름이 들어간 파리크라상을 세웠고, 1988년 파리바게뜨를 열어 가맹 사업(프랜차이즈)에 뛰어들었다. 이런 열망을 바탕으로 2014년 7월 파리 1호점인 '샤틀레르점'으로 현지에 진출했고 이듬해 '오페라점'을 열어 두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번 현지 공장 건설은 향후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포석에 따른 것이다. 허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신규 진출 국가와 가맹점 확산에 대비해 권역별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며 "기존 사업의 내실 있는 성장이 해외 사업 등 신규 시장 개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 1월 파리 근교 베르사유궁(宮)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초청으로 열린 '프랑스 국제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해 현지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다.
'상미당'을 창업한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의 차남인 허영인 회장은 "어머니 등에 업혀 있던 때부터 빵 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대학생(경희대 경제학과) 때부터 트럭을 몰고 다니며 빵 시장 조사를 하면서 제빵업의 현장 바닥을 익혔다. 1981년 미국 캔자스시티 제빵학교(AIB)에서 1년 반 유학하며 제빵 기술을 익혔고 귀국과 함께 회사에 선진 제빵 시스템을 속속 도입했다. 그는 2016년 "국내 제빵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면서 프랑스 국립제빵제과학교(INBP) 과정을 국내에 유치하기도 했다.
3년 전 창립 70주년 때 "글로벌 베이커리 브랜드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허 회장은 앞으로 프랑스 브르타뉴 공장을 1단계의 3배 규모인 10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바게뜨는 국내에 3400여 개 매장과 별도로 중국·미국·싱가포르·베트남·프랑스 등 5개국에 330여 개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