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팔순 '록의 전설' "80년 인생 들려주겠다"

"제 곡이 원래 가사가 길지 않아요. 단순하지만 들을 때 깊이가 느껴지는 음악이 늘 목표예요. 그걸 뮤지컬로 옮겨 배우들이 노래하는데, 간결한 가사가 가슴에 닿아 울리더군요. 새삼 뮤지컬이 대단하구나 생각했어요."

통굽 구두에 흰 장발을 한 그는 마치 도인(道人) 같았다. 음표를 꾹꾹 눌러 찍듯 느린 말투에 힘이 넘쳤다. '한국 록의 전설' 신중현(80)이 28일 서울 대학로 한 연습실에서 자신의 히트곡들로 만들어진 뮤지컬 '미인' 리허설 참관 뒤 기자들과 만났다.

내달 15일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이 뮤지컬은 '봄비' '빗속의 여인' '아름다운 강산' '미인' 등 신중현의 노래 23곡을 재료로 삼아 1930년대 일제강점기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빚어낸다. 신중현은 "내 노래들이 뮤지컬로 만들어질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매일 보고 싶다"며 웃었다.

"제작자가 '옛 무성영화처럼 만들겠다'고 해서 그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오늘 보니 음악엔 시대를 초월하는 힘이 있구나 싶어요. 배우들이 왕년의 펄시스터즈처럼 등장해 '알 수 없네'를 부르는 오프닝도 참 대단합디다."

신중현은 "제작진에 어떤 요청도 안 했지만, 뮤지컬을 본 관객이 힘을 얻어 갔으면 한다는 바람은 전했다"고 했다. "오늘 제가 꿋꿋하게 갈 수 있는 것도 파란만장한 세월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어떤 절망을 겪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지난 고난이 앞으로 힘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에요. 특히 젊은 관객에게 그런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랍니다."

그는 "요즘도 잠자는 시간 빼고는 늘 기타와 음악을 생각한다"고도 했다. 2009년에 세계 기타리스트 중 여섯 번째로 헌정받은 명기(名器)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도 늘 함께한다. 그는 "9~10월엔 새 앨범을 내려고 한다"며 "새로운 주법과 창법으로 용기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음악엔 두 종류가 있지 싶어요. 청춘의 음악, 늙은 사람이 하는 음악. 그걸 제가 보여줄 차례가 된 거죠. 젊은 음악엔 생동감이 있지만, 노인의 음악엔 겪어온 인생이 드러나겠지요. 그걸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 그걸 찾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