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32.3%였다. 그해 삼성전자는 전체 영업이익 36조7850억원 중 60%가 넘는 25조원을 스마트폰으로 벌어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1.1%로 1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1조8300억원에 그쳤다. 불과 4년 만에 이익이 절반 밑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0.8%까지 떨어졌고, 갤럭시 S9을 출시한 올해 1분기에도 1.3%에 그쳤다. 인도에서도 중국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시장인 미국에서는 22%의 점유율로 미국 애플(42%)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초소형 카메라, 센서 등 각종 부품 1000여개로 구성된 스마트폰은 첨단 기술의 결정체(結晶體)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을 스마트폰을 통해 구현해왔다. 스마트폰 사업이 흔들리면 삼성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품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스마트폰은 기업들이 가장 앞선 기술력을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정보기술(IT) 산업의 자동차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삼성 스마트폰의 추락은 'IT 강국 코리아'가 처한 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한국 제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스마트폰처럼 대부분 역성장하고 있다. 올 1분기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전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마저 주저앉으면 한국 산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미래 산업 분야에서도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에 밀리고 있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가상 서버),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시장을 이미 선점했다.
빅데이터 산업의 인프라(기반)인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우 아마존과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클라우드 사업으로 매출 175억달러(약 18조8000억원), 영업이익 43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들은 8000억위안(약 134조원)에 이르는 정부의 자금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AI(인공지능) 얼굴 인식과 빅데이터, 핀테크(fintech) 등 첨단 분야에 150억달러(약 16조1000억원)를 쏟아붓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개인 정보 보호 등 산적한 규제에 막혀 미래 산업에 제대로 된 도전조차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8일 4차 산업 관련 12개 협회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한국은 바이오·사물인터넷·드론(무인기)·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미국·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크게 뒤처진 상태"라며 "5년 뒤에도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현재 기술력을 100이라고 봤을 때 중국은 108, 일본은 117, 미국은 130으로 평가됐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한국은 정부나 기업 모두 스마트폰이나 반도체의 뒤를 이을 산업에 대한 고민이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파격적인 규제 완화 조치를 도입하고 기업이 마음껏 도전할 여건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경쟁력은 갈수록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