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29 22:58

주 52시간 시행 한달 앞두고 삼성·LG전자 '알아서 출퇴근'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7월 '주(週) 최장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선택적 근로제, 탄력적 근로제와 재량 근로제 등 세 가지 유연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29일 밝혔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과 생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근무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사무직, 연구 개발직, 생산직 등 세 직군별로 특성에 맞는 근무제를 적용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확대해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효율적 근무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LG전자·한화케미칼 등 다른 대기업도 올 들어 본격적으로 52시간 근로 체제에 맞는 유연 근무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은 29일 "2주 80시간의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을 골자로 한 탄력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선택·탄력·재량 '3종 세트'

삼성전자는 우선 사무직에 대해 1개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주 40시간 일하는 대신 월평균 주 40시간을 일하면 되는 제도다. 직원이 출퇴근 시간과 하루 근무시간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 직원이 고객 초청 행사를 앞두고 2주간 50시간씩 일했다면, 나머지 2주간은 30시간씩만 일해 주당 평균 40시간을 맞추면 된다. 다만 근로시간은 직원이 회사 출입구에 출입증을 찍는 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만약 영업 부서 직원이 회사 밖에서 고객과 저녁을 먹거나 술자리를 갖는 것은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주 52시간 시행 한달 앞두고 삼성·LG전자 '알아서 출퇴근'
/그래픽=김성규
반도체나 스마트폰 핵심 프로젝트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인력은 주 52시간제 적용을 완화할 수 있는 재량 근로제라는 특례 규정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노사가 사전에 합의한 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정 전략 과제 수행 인력에 한해 예외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며 "이들에겐 6개월 이내에 주 평균 52시간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생산직군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 삼성은 노사 합의를 통해 3개월간 주 평균 40시간을 일하도록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6~7월에 풀가동되는 에어컨 공장에서 초과 근무를 했다면 8월에 단축 근무를 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장시간 노동을 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던 포괄임금제도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제도는 노사 합의에 따라 연장·추가 근무수당을 실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급여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월 20시간 치 수당을 기본으로 지급해 왔고, 이를 넘는 경우에는 직원이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 교통비 명목으로 추가 수당을 줬다. 직원들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제대로 일한 만큼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도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종전처럼 월 20시간에 대한 수당은 그대로 주고, 20시간 초과 근무수당도 별도 신청 절차 없이 출퇴근 기록에 따라 추가 지급할 계획"이라면서 "직원들 처지에서는 급여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근로시간, 깐깐하게 체크

SK·LG·한화 등 다른 대기업들도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월부터 사무직을 대상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 중이다. 생산직은 성수기를 앞두고 업무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연중 균등 생산 체제'도 도입했다. SK텔레콤은 2주간 80시간을 일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기업들은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현재보다 깐깐하게 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하면 부서장은 물론 사업주까지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들은 직원들의 게이트 출입 기록을 바탕으로 근로 시간을 체크한다. 별도의 근태(勤怠) 관리 시스템도 도입해 직원 스스로 흡연·휴식 시간을 기재하도록 했다. GS칼텍스는 퇴근 10분 전에 안내 방송을 하고 퇴근 시간 30분이 지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일부 업종은 아직 대안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몇 년마다 공장 정기 보수 때문에 철야 작업이 불가피하지만 현행 탄력 근무제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사무직에는 2주 탄력 근무제를 도입했지만 2~3주씩 걸리는 정기 보수는 이런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돼 다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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