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왜곡 기지 오키섬 가보니, 곳곳에 "다케시마는 일본땅"

'다케시마(竹島)는 옛날에도 지금도 오키(隱岐)의 섬.'

지난 25일 일본 시마네(島根)현 오키섬의 사이고(西鄕)항 육교 위엔 이런 표어가 적힌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다케시마'는 일본이 독도를 지칭하는 이름. 터미널 주차장에는 '다케시마 돌아오라 섬과 바다'라고 쓴 광고탑이 서 있었다.

면적 약 346㎢에 인구 2만여명인 오키섬이 일본의 '독도 왜곡 전진기지'가 돼가고 있다. 이 섬은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영토이자 과거 독도에서 불법 어업 활동을 하던 어민들의 출항지. 이 때문에 일본은 지금도 '독도는 오키섬의 부속 영토'라 강변하고 있다. 2005년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이후 이 섬은 일본 독도 왜곡의 주요 선전장이 됐다. 섬 곳곳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선전과 날조가 보인다. 2007년 결성된 시민단체 독도수호국제연대 산하 독도아카데미 교수단의 오키섬 탐사에 동행해 현장을 취재했다.

◇섬 곳곳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

독도 왜곡은 과거 독도 강치잡이가 번성했던 오키섬 서북쪽 구미(久見) 마을에 집중돼 있다. 독도 쪽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는 일본 신도(神道)청년전국협의회가 2014년 건립한 '죽도지비(竹島之碑)'가 서 있다. 비석 뒷면엔 '다케시마는 일본인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어업 활동을 하던 곳'이라 강조했다. 여기서 독도까지 거리는 157.5㎞로 울릉도~독도 87.4㎞의 1.8배다. 구미 항의 방파제에는 독도 사진과 '다케시마 돌아오라 섬과 바다'란 문구를 쓴 높이 3m의 대형 간판이 부착돼 있다. 독도의 상징인 강치가 그려진 맨홀 뚜껑도 보였다.

독도 관련 자료는 '구미 다케시마역사관'과 '오키향토관'에서 전시돼 있다. 2016년 개관한 '역사관'은 오키섬 주민들의 어업 활동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강치를 남획해 멸종시킨 장본인인 일본의 불법 어업 활동이란 점에서 보면 오히려 자신들에 불리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셈이다. 고카(五箇) 마을의 '오키향토관'도 마찬가지. 1층에 마련된 '다케시마의 방'에선 어업 활동 사진과 신문 기사, 독도에서 가져온 돌을 전시했고, TV 모니터로 틀어놓은 선전용 DVD는 "한국 기록의 우산도(于山島)는 다케시마가 아니다"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시마네현 한복판에서도 꾸준한 선전

독도 왜곡 선전의 진원은 마쓰에(松江)시에 자리한 시마네현 현청 건물에 있다. 대로와 인접한 현청 제3분청사 2층의 '다케시마 자료실'. 2007년 문을 연 약 66㎡(20평) 정도의 이 공간은 독도의 연혁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근거 등 상세한 내용이 담긴 게시물과 관련 자료 100여점, 한국어를 포함해 각국어로 쓴 선전물을 비치하고 있다. 이곳은 관람객이 하루 20~30명씩 꾸준히 찾는다.

탐사에 동행한 이승렬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는 "법적 효력이 없는 1951년의 '러스크 서한'처럼 일본 측에 유리해 보이는 자료만 소개하고,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분명히 한 1946년 연합국최고사령부 지령(SCAPIN) 677호처럼 결정적 자료는 쏙 빼놨다"고 지적했다. 고창근 독도수호국제연대 집행위원장은 "동북아 정세가 격동하는 속에서도 일본 정치인들이 꾸준한 차세대 교육을 통해 장기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강탈하려는 전략을 경계해야 한다"며 "왜곡이 밀집된 시마네현의 이번 탐사 내용을 바탕으로 대응 논리와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