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30 01:18

방탄소년단 외국 팬 '외랑둥이', 한국 팬 노하우 배워 똑같이 활동

"페이크 러브! 페이크 러브!"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열린 빌보드 시상식의 방탄소년단 공연 무대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해외 팬들의 함성과 떼창이었다. 이들은 발매한 지 4일이 안 된 신곡 가사를 줄줄 외우며 객석이 떠나가라 "BTS(방탄소년단의 해외 이름)"를 연호했다. 곳곳에는 방탄소년단 팬클럽을 상징하는 보라색 형광봉 불빛이 넘실거렸다. 한글로 멤버 이름을 적은 손피켓이 중계 화면에 잡히자 국내 팬들은 "빌보드 시상식이 음방(음악방송)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20일 미국에서 열린 빌보드 시상식에서 한글 응원 피켓을 들고 방탄소년단을 기다리는 외국 팬들.
지난 20일 미국에서 열린 빌보드 시상식에서 한글 응원 피켓을 들고 방탄소년단을 기다리는 외국 팬들. /AP 연합뉴스
방탄소년단 팬들은 이 해외 팬들을 '외랑둥이(해외팬+사랑둥이)'로 부른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스케줄을 챙겨줘서 고맙다는 뜻을 담았다. 현재 방탄소년단 트위터 팔로어만 1200만여 명. 국내 방탄소년단 온라인 팬 카페 회원수가 89만여 명임을 감안하면 무척 많은 숫자가 '외랑둥이'임을 추정할 수 있다.

외랑둥이들은 한국 팬들을 'K다이아몬드'라고 부르며 이들의 활동 방식을 배운다. 터키 출신 힐랄(여·23)씨는 "한국 유튜브 영상으로 한국식 응원법인 떼창과 형광봉 응원법을 배웠다"고 했다. 몇몇은 한국 팬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로 손피켓과 플래카드 만드는 법을 트위터로 가르쳐 준다. 지난 14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빌보드 시상식 참석차 입국한 방탄소년단을 보호하려고 '이리와, 아미 손잡아'라고 쓴 피켓을 든 외국 팬이 보라색 리본으로 선을 만들기도 했다. 일명 '퍼플라인 캠페인'을 주도한 플로리다 출신 애슐리 토머스(여·37)씨는 "멤버들의 김포공항 입국 영상을 보다가 수많은 팬이 갑자기 몰리면 위험하다고 생각해 준비했다"고 했다.

국내팬이 주로 하는 '스밍(차트 순위를 높이려고 스트리밍을 반복)'이나 '시상식 좌표투표(투표 주소를 공유하며 집중투표)'도 필수 교육과정이다. '@BTSx50State'라는 아이디의 트위터 계정과 홈페이지에는 미국 내 50개 주 외랑둥이들이 모여 시상식이나 차트 순위에 반영되는 미국 라디오 방송사에 노래 신청을 한다. '라디오 방송국용 전화 대사' '스밍에 유리한 아이튠즈 차트곡' '실물 앨범 구매법' 등 구체적인 매뉴얼도 주고받는다. 앨범 발매나 방탄소년단 멤버 생일 때는 국제 기부나 미국 내 전광판 광고 모금도 진행한다.

아이돌 전문 매체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씨는 "외랑둥이들은 미션 수행으로 소속감을 느끼는 한국 특유의 팬클럽 문화를 놀이처럼 느끼며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아이돌 선배 팬들에 대해 예우해주는 문화도 배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앨범의 빌보드차트 1위 최대 공신은 외랑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