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6시 군산시 소룡동 1589번지. 완전 폐쇄를 하루 앞둔 한국GM 군산 공장 동문으로 통근 버스 4대가 들어갔다. 차창을 통해 보니 3대는 텅 비어 있었다. 맨 마지막 버스 앞 좌석에 단 한 명 보였다. 지난 2월 공장 가동이 멈춘 후 설비·시설 관리를 위해 출근하는 직원이었다. 통근 전세 버스는 31일까지 회사와 계약이 돼 있다. 타는 사람이 없어도 정시에 공장 출입문을 통과한다.
군산은 작년에도 같은 일을 겪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일감을 수주 못해 지난해 7월 잠정 폐쇄됐다. 가동 7년 만이었다. 한국GM과 군산조선소 생산액은 2011년 기준 총 6조2000억원, 군산 총생산액의 68.1%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 두 공장의 생산액은 2조5400억원, 비중도 25.9%로 줄었다.
경제만 축소된 것이 아니다. 가장(家長)들은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떠났다. 군산보다 집값이 비싸 가족을 남겨두고 나가는 이가 많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직원이었던 김기혁(42, 가명)씨는 올 초부터 전주에서 일용직으로 일한다. 아내와 자녀 셋은 군산에 남겨뒀다. 그는 "집에는 한 달에 한두 번 간다"고 했다. 그렇게 가족들이 흩어지고 있다.
사람이 떠나면서 인구는 줄고 도시는 쇠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선 협력업체 포함, 5200명이 일했다. 한국GM 공장에도 협력업체 사람까지 합쳐 1만2000여 명이 근무했다. 가족을 더하면 6만~7만명이 두 회사 식구였다. 올해 들어서만 한국GM에서 희망퇴직과 해고 등으로 공장을 떠난 사람은 2100명 중 1500여 명. 지난 3년 동안 군산 인구는 5000명가량 줄었다. 오식도동 등 아파트 단지엔 밤에도 불 들어 오는 집이 드물다. 번듯한 제조 공장의 부침이 중소 도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군산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