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31 03:09 | 수정 : 2018.05.31 18:31

[기업 떠난 '군산의 눈물'] [上] 오늘 문닫는 GM공장 가보니

작년 현대重, 이번엔 GM… 7만명 먹여살리던 회사들 2년새 사라져
아빠는 일자리 찾아 외지로, 곳곳 불꺼진 아파트… 비어가는 도시로

30일 오전 6시 군산시 소룡동 1589번지. 완전 폐쇄를 하루 앞둔 한국GM 군산 공장 동문으로 통근 버스 4대가 들어갔다. 차창을 통해 보니 3대는 텅 비어 있었다. 맨 마지막 버스 앞 좌석에 단 한 명 보였다. 지난 2월 공장 가동이 멈춘 후 설비·시설 관리를 위해 출근하는 직원이었다. 통근 전세 버스는 31일까지 회사와 계약이 돼 있다. 타는 사람이 없어도 정시에 공장 출입문을 통과한다.

오전 6시 40분 "하나 둘 셋 넷" 국민체조 구령이 스피커에서 울려 퍼졌다. 매일 이 시간에 나오도록 자동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올 초만 해도 2000여 직원이 음악에 맞춰 체조하고 일과를 시작했다. 지금은 약 120만㎡ 넓이 공장에 출근하는 사람이 시설 관리 인원 15~20명 정도. 사람은 떠났으나, 공장에선 예전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날 출근한 송용선(55)씨는 "1995년 공장 터를 닦을 때부터 23년을 군산 공장과 함께했다. 이곳에서 정년을 맞이할 거라 믿었는데, 마음이 먹먹하다"고 했다.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하루 앞둔 30일 오전 6시 공장 동문(東門)을 통과하는 직원용 통근버스를 향해 경비원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공장에 들어선 통근 버스 4대 중 3대는 텅 비어 있었다. 맨 마지막 버스에 단 한 명이 타고 있었다. 20년 가까이 매일 직원 수천명을 공장으로 데려다준 이 버스는 31일부로 운행을 공식 종료한다.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하루 앞둔 30일 오전 6시 공장 동문(東門)을 통과하는 직원용 통근버스를 향해 경비원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공장에 들어선 통근 버스 4대 중 3대는 텅 비어 있었다. 맨 마지막 버스에 단 한 명이 타고 있었다. 20년 가까이 매일 직원 수천명을 공장으로 데려다준 이 버스는 31일부로 운행을 공식 종료한다. /김영근 기자

군산은 작년에도 같은 일을 겪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일감을 수주 못해 지난해 7월 잠정 폐쇄됐다. 가동 7년 만이었다. 한국GM과 군산조선소 생산액은 2011년 기준 총 6조2000억원, 군산 총생산액의 68.1%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 두 공장의 생산액은 2조5400억원, 비중도 25.9%로 줄었다.

경제만 축소된 것이 아니다. 가장(家長)들은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떠났다. 군산보다 집값이 비싸 가족을 남겨두고 나가는 이가 많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직원이었던 김기혁(42, 가명)씨는 올 초부터 전주에서 일용직으로 일한다. 아내와 자녀 셋은 군산에 남겨뒀다. 그는 "집에는 한 달에 한두 번 간다"고 했다. 그렇게 가족들이 흩어지고 있다.

사람이 떠나면서 인구는 줄고 도시는 쇠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선 협력업체 포함, 5200명이 일했다. 한국GM 공장에도 협력업체 사람까지 합쳐 1만2000여 명이 근무했다. 가족을 더하면 6만~7만명이 두 회사 식구였다. 올해 들어서만 한국GM에서 희망퇴직과 해고 등으로 공장을 떠난 사람은 2100명 중 1500여 명. 지난 3년 동안 군산 인구는 5000명가량 줄었다. 오식도동 등 아파트 단지엔 밤에도 불 들어 오는 집이 드물다. 번듯한 제조 공장의 부침이 중소 도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군산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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