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31 04:42

면도기로 밀고 스프레이로 고정, 국제이발사협회서 설명서 공개도

최근 남북 정상회담 생중계를 통해 김정은의 옆모습과 뒤통수 등이 세세히 공개되면서 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 초 김정은의 패션을 분석하면서 중력을 거스른 '사다리꼴(trapezoid) 머리'라고 표현했다. 해외 매체들은 '김정은 시그니처'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튜브 등엔 '김정은 헤어 만들기'라는 영상도 쏟아졌다. 미국에 있는 국제이발사협회(International barber association)는 '쉽게 따라 하는 김정은 헤어스타일'이란 설명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에 있는 국제이발사협회에서 공개한 ‘김정은 헤어스타일 연출하는 4단계 쉬운 방법’. 1귀 위까지 면도하고 2양 옆머리는 바리캉으로 정리하며 3윗머리는 4㎝가량 남기고 4강한 포마드를 발라 뒤로 넘겨 고정시키라는 내용이다.
미국에 있는 국제이발사협회에서 공개한 ‘김정은 헤어스타일 연출하는 4단계 쉬운 방법’. ①귀 위까지 면도하고 ②양 옆머리는 바리캉으로 정리하며 ③윗머리는 4㎝가량 남기고 ④강한 포마드를 발라 뒤로 넘겨 고정시키라는 내용이다. /국제이발사협회 트위터
김정은의 헤어스타일은 '슬릭백 언더컷(Slick back undercut)'의 한 종류다. 54년 경력의 서울 혜화동 문화이용원 지덕용(80) 이발사는 "옆과 뒤를 면도기로 밀고 위는 과장되게 부풀린 김정은 헤어스타일은 언더컷을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옆과 뒤를 바짝 치는 걸 '언더컷'이라고 하며 윗머리를 부풀려 뒤로 넘기는 것을 '슬릭백'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투블록컷' '포마드컷'이라고 부른다. 서울 공덕동 한 미용실 원장은 "포마드보다는 스프레이를 뿌리며 드라이어로 공들여 매만진 머리"라며 "얼굴이 커 보이는데도 그런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건 집요하고 극단적인 성격을 반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슬릭백 언더컷은 원래 솜씨 없는 이발사들이 주로 만들었다. 세밀하게 층을 내면서 머리를 정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920년대 영국 갱들이 애용하면서 젊은 층에 빠르게 퍼졌다. 1930~40년대엔 독일 나치의 전유물이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언더컷 스타일은 과거 파시스트가 애용했던 역사 때문에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파시(fashy) 헤어' '히틀러 유스(Hitler youth)'라고 한다"고 전했다.

/Kunal Shah·위키피디아
이 스타일은 2000년대 들어 다시 뜨기 시작했다.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작은 사진〉의 헤어스타일 영향이 컸다. 동양인은 뻣뻣한 직모가 많고 두상도 서양인과 달라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드래곤이나 빈지노 같은 연예인들이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면서 한국서도 인기를 끌게 됐다.

문화이용원 지덕용 이발사는 "얼마 전 한 어린 손님이 '김정은 머리처럼 해달라'기에 '따라 할 게 그렇게 없느냐'고 타일러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 소년이 데이비드 베컴처럼 해달라고 했다면 아마 원하던 것과 비슷한 모습으로 이발소를 나섰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