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31 04:57

겉만 보고 외국인 취급하는 현실 "편견 부추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국 음식이 입에 맞고 포크는 낯선 한현민'(MBC 오지의 마법사) '뼛속까지 한국 토박이'(KBS 해피투게더) '영어를 너무 못하더라고요'(MBC 라디오스타).

방송에서 혼혈 모델 한현민(17)을 다루는 방식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한현민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다문화가정의 자녀. 지난해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명에 뽑히면서 각종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대한민국 국적의 시민인데도 한현민이 받는 차별적 질문과 반응들에 있다.

tvN 예능 ‘나의 영어 사춘기’에서 ‘한국인’ 혼혈 모델 한현민이 “영어 울렁증이 있다”고 고백하는 장면. 이날 방송에서 다른 출연자들은 그의 외모만 보고 “영어를 왜 배우냐”고 물었다.
tvN 예능 ‘나의 영어 사춘기’에서 ‘한국인’ 혼혈 모델 한현민이 “영어 울렁증이 있다”고 고백하는 장면. 이날 방송에서 다른 출연자들은 그의 외모만 보고 “영어를 왜 배우냐”고 물었다. /tvN
"저는 태어나서 최근까지 한국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요." 지난 1월,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한 한현민은 자신이 한국인이 확실한 이유 세 가지를 대야만 했다. 영어는 할 줄 모르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순댓국이라고 답해 웃음이 터졌다. 모델 활동을 위해 유럽에 처음 갔다는 그에게 진행자는 "미운 오리 새끼 동화 있잖아요. 자기만 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유럽에) 자기랑 비슷한 무리가 있었던 거죠"라며 그를 미운 오리 새끼에 비유했다. 한 종편 채널에선 한현민의 눈을 가리고 순두부찌개, 콩나물국 같은 음식을 코에 댄 뒤 냄새만으로 메뉴를 맞히는 게임을 진행했다. 트위터에는 "방송이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오해와 차별을 더 부추긴다"는 비판이 올라왔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더욱 불편해한다. 필리핀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김서진(21)씨는 "겉모습만 다를 뿐 한국인인 건 마찬가지인데 방송에서까지 한국인임을 증명하라는 건 폭력"이라고 했다. 파키스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에트(22)도 "단지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라며 "방송에서조차 같은 프레임을 반복하며 웃음의 대상으로 삼으니 아쉽다"고 했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방송 소재로 삼을 땐 혹시라도 차별과 편견을 양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영등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진교선 팀장은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다고 차별하는 문화를 해소시키는 방송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