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싱글 진입하자마자 톱10… 총알 탄 BTS

기록의 연속이다. 29일(현지 시각) 미국 빌보드지가 발표한 싱글차트 '핫100'에서 방탄소년단의 신곡 '페이크 러브(Fake Love)'가 차트 진입과 동시에 10위에 올랐다. 이 앨범으로 '빌보드200' 1위에 오른 데 이은 기록이다. 빌보드지는 "지난 59년 동안 핫100 차트 10위 이내에 오른 4799건의 노래 중 영어 가사가 아닌 곡으로 17번째"라면서 "그중에서도 가장 영어가 섞이지 않았다"고 평했다.

핫100은 빌보드 200보다 더 잘 알려져 있고 인기를 더 실감할 수 있는 척도로 꼽힌다. 한국 가수가 이 차트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처음 64위에서 2위까지 올라 7주 연속 머문 것. 이후 싸이의 '젠틀맨'이 12위로 진입해 5위까지 올랐다. 순서로는 세 번째지만 싱글차트 진입 첫 주 성적으로는 방탄소년단이 가장 높다. 이들이 핫100에 처음 진입한 건 데뷔 후 4년 만인 지난해 9월 '러브 유어셀프 승 허'의 타이틀곡 'DNA'가 85위에 오르면서다. 이후 이 곡으로 67위까지 올라갔고, 지난해 12월 싱글 '마이크 드롭' 리믹스로 28위에 진입해 10주간 머물렀다. 그리고 6개월 만에 다시 자신들의 최고 성적을 '10위'로 고쳐 쓴 것이다.

K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은 미국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영어가 아닌 노래라도 좋은 음악에 눈과 귀를 열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언어를 넘어선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직접 노래를 만든 것"을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유로 꼽았다. 미국 매체 롤링스톤 역시 "'K팝 기계'로 불리던 기존 그룹과 달리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돼 온 성소수자의 권리 등을 과감히 다뤘다"고 평했다. 홍콩 기업가 더글러스 영은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 칼럼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성과를 '소프트 파워'로까지 비유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언어 장벽을 극복하며 지난 수년간 일본과 홍콩이 장악했던 영화와 TV쇼 시장까지 차지해왔다"면서 "중국도 해외 문화시장 진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팬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팬클럽) '아미(ARMY)'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들의 열정은 저스틴 비버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클럽과 맞먹는다"고 했다. 국내에서 '외랑둥이(외국인+사랑둥이)'로 불리는 해외 팬들은 빌보드 차트와 각종 시상식에 반영되는 미국 현지 라디오 방송사에 매일같이 방탄소년단 노래를 신청한다. 지난 28일 멕시코 TV프로그램 '파란더 40' 진행자들은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영상에 대해 "성소수자들이 매춘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가 크게 곤욕을 치렀다. 방영 직후 방탄소년단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국 사과문을 써서 발표해야 했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이렇게 조직적인 팬클럽 문화는 한국에만 있던 것"이라면서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세계 음악 시장 유행을 뒤쫓기만 했던 K팝의 위치를 바꾸는 스위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