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교통 당국은 "올해 안으로 시내 택시 1만2000여 대 모두 전기 배터리차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013년부터 전기차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인 선전시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도시 중 처음으로 모든 시내버스(1만7000여 대)를 전기 버스로 교체했다. 선전시 관계자는 "택시 1만2000여 대 중 60%가 이미 전기차다. 연내에 교체 사업이 완료되면 오염 물질 배출량이 연 11만t에서 200t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시는 오는 7월 31일부터 시내 모든 공유 택시는 전기차만 운행할 수 있도록 한 행정 규칙도 예고한 상태다.
선전시뿐만 아니라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의 대표적 대도시도 대대적 전기차 보급 사업을 벌이면서 중국 내 전기차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2013년 1만4600대에서 지난해 56만9000대로 늘었다. 전기 배터리 차량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차량(하이브리드, 수소연료 전기차 등) 판매량도 지난해 77만7000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53% 늘었다. 덕분에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상위 기업 10곳(지난해 기준)에도 비야디(BYD·2위), 베이징자동차(BAIC·3위), 지리차(GEELY·4위), 상하이자동차(SAIC·8위) 등 중국 기업 4곳이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비야디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이런 양상과 달랐다. 지난달 초 발표된 비야디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47억3800만위안(약 4조1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억200만위안(약 171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떨어졌다. "실제 손실은 공개된 것보다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비야디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1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 보조금 삭감에 흔들
저조한 실적의 원인으로 비야디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삭감을 꼽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에 발표한 '신에너지 자동차 보급 응용 재정 보조금 정책 통지'에 따라 지난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2016년 대비 20% 줄였다. 승용차 1대당 4만5000~5만5000위안씩 지급됐던 전기차 보조금이 3만6000~4만4000위안으로 줄었고, 전기 버스 보조금도 40만~50만위안에서 20만~30만위안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중앙정부와 별도로 지급되던 지방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중앙정부 보조금의 50% 미만으로 제한' 하는 규정이 도입됐다.
비야디와 달리 상하이자동차와 베이징자동차 등이 1분기에 좋은 실적을 보인 것에 대해 전문가와 현지 언론은 "비야디가 정부가 주문한 공공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선전시의 전기 버스 교체 사업에서 비야디는 전체 물량의 약 80%를 공급했고, 선전시가 전기 버스 1대를 도입할 때 지급한 보조금은 1대당 약 90만위안(약 1억5000만원)에 달한다. 1만7000여 대 교체에 선전시가 지급한 보조금만 153억위안(약 2조56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굵직한 공공 사업이 완료되자 전기 버스 매출 비중이 큰 비야디의 실적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비야디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보조금 삭감은 다른 전기차 기업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도 2016년 기준 20% 삭감이 유지될 예정이었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30% 삭감으로 속도를 올렸다. 내년에는 2016년 기준 40%까지 삭감되고, 2021년부터는 보조금이 아예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그전까지 전기차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요가 폭락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걱정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별도로 지급하던 전기차 보조금을 조기에 전면 폐지한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이런 일이 현실화할 경우 전기차 수요가 급락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비야디처럼 실적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확대 위해 다양한 정책 구사
이런 우려에도 시장에선 중국의 전기차 보급이 계속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비(非)보조금에 기반한 전기차 확산 정책을 다양하게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기차는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을 줄이고, 갈수록 높아지는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일 핵심적 정책 수단"이라며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우선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대도시는 새 디젤 차량 등록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전기차 등록은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전기차 수요 증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중국 일선 대도시들은 연간 디젤 차량 번호판 발급을 1만~2만대 수준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민간에서 자동차 번호판이 2000만~3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전기차는 번호판 발급 제한이 전혀 없다. 이에 항저우·상하이·베이징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번호판 가격이 자동차 값이랑 맞먹는 상황이라 자연히 전기차를 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베이징교통연구소가 상하이에서 신재생에너지 차량을 구매한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약 75%가 "차량 번호판을 무료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전기차를 샀다"고 답했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전기차 의무 생산제도 역시 전기차 기업에 숨통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연간 3만대 이상을 생산·수입하는 중국 내 자동차 기업은 전체 생산량(공급량)의 8%를 반드시 신재생에너지 차량으로 채워야 한다. 이 할당량을 채울 수 없으면 할당량을 초과 달성하는 기업에서 할당량을 구매해야 한다. 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와 같은 원리다. 자연히 신재생에너지 차량 생산 능력이 부족한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기업에서 할당량을 살 수밖에 없다. 홍콩에서 활동 중인 애널리스트들은 "전기차 의무 생산제는 삭감된 전기차 보조금을 대체하는 성격이 있다"면서 "실적이 부진한 비야디도 올해 하반기에는 할당량 판매로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중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여러 대체 정책이 도입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기업들이 보조금 없이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전기차 기업들의 기술 개선 속도에 따라 중국 정부의 지원책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