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매체들 "부드럽고 감성적…"
방탄소년단(BTS)이 바꾼 건 빌보드 차트 순위뿐만이 아니다. 서양 미디어에서 고착돼 있던 아시아 남자의 이미지도 바꾸고 있다. 서양 미디어가 아시아 남자를 유약하거나 마마보이처럼 보던 시선에서 잘생기고 섹시한 이미지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매체 데일리복스는 각종 해외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방탄소년단이 아시아 남성의 이미지를 재정의하고 있다"며 "그동안 아시아계 남성들의 억압되고 거세된 남성성에 반기를 들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 워싱턴대 션 웡 교수가 1990년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 답변이 '따분한 괴짜(nerdy), 우유부단한(wish-washy)' 같은 단어가 주를 이뤘다. 서양 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고분고분해지면서 남성성 역시 거세됐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토론 사이트 레딧 등에 오른 글을 보면 '매력적' '새로운 영웅'이라는 단어들이 보인다. 그동안 영화 '다이하드'나 '분노의 질주'에서처럼 남성 호르몬 과다분비형 스타들이 남자답다고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남에게 귀 기울여줄 수 있는 감수성을 지닌 이들이 주목받는다는 설명이다. 한때 싸이처럼 코믹하거나 이소룡처럼 액션 전문가로 나뉘던 이중적인 잣대에서도 다양해졌다. 미국 매체 복스(Vox)는 '부드러운 남성상의 등장이 강한 남성만이 진짜 남자라는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 시대를 바꿔 놓고 있다'고 평했다.
잘생기고 섹시한 스타일은 남녀 가리지 않고 1020을 사로잡았다. 방탄소년단의 피부는 K뷰티의 대명사인 '촉촉'을 넘어서 '빛나는(glowing)'이란 수식을 얻었고, 미국의 패션·뷰티 전문 잡지들은 'BTS 화장 일주일간 해보기' 'BTS 스타일 따라 하기' 같은 코너를 만들어 체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헤어를 담당하는 박내주 빗앤붓 원장은 "순정만화에서 봤을 법한 스타일이지만 비현실적으로 과도하지 않고 친근함을 느낄 수 있게 정리한다"면서 "최근 남성 패션·뷰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아시아 남성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데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미국 팝문화 전문가 오와다 도시유키 게이오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BTS의 성공을 추적하다 보면 아시아 남성들이 '쿨하다'는 이미지를 새롭게 얻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