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시내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30분 달려 도착한 스워즈시(市)의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 SK 로고가 붙은 안전모를 쓴 아일랜드 직원이 직경 2m, 깊이 3m 밥솥 모양의 '반응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용매, 촉매를 포함한 다양한 화학물질이 고온에 반응하며 당뇨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약 물질로 바뀌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약품은 정제,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밀가루와 같은 형태로 BMS(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AZ(아스트라 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회사에 팔린다.
김현준 공장장(상무)은 "원료 주입부터 모든 생산과정이 철저하게 봉쇄·밀폐돼 있기 때문에 가까이에서도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생산 수율(원하는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성공률)도 94%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SK가 글로벌 제약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초 기지 중 한 곳이다.
◇136조원 시장 공략 나선 SK… 유럽 최고 기술력 품었다
SK바이오텍은 위탁생산업체(CMO)다.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달리 SK바이오텍은 '화학 합성 의약품'을 생산한다. 한국에는 대전·세종에 공장이 있다.
스워즈 공장은 1년 전만 해도 BMS 소유였지만 지난해 6월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이 170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의약품 생산 시설을 인수한 첫 사례다. 또 화이자, 노바티스 등 최고 수준의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진출해 있는 제약시장의 격전지인 아일랜드에 태극기를 꽂았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박준구 SK바이오텍 대표는 "제약 선진 시장인 미국, 유럽에서 M&A 대상을 물색했는데, 오랜 고객사였던 BMS의 아일랜드 생산설비 경쟁력을 높게 평가해 인수했다"며 "제약 강국 아일랜드에서도 자부심이 강한 생산 시설이라 한국 기업의 인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도 있었지만, 인수 후 작업은 원활히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조이스 피츠해리스 전략팀장은 "BMS 시절에도 SK와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왔다"며 "많은 직원이 처음에는 인수 뉴스에 놀랐지만, 지금은 성장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워즈 공장은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 규제 기관의 실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했고, 높은 안전·환경 관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생산 설비다. 심혈관제, 당뇨병 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고독성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최고 등급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항암제도 생산할 수 있다.
스워즈 공장 인수로 SK바이오텍은 규제 기관과 고객 회사가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추게 됐을 뿐 아니라, 12.5%의 낮은 법인세율과 정부에서 직원 교육비까지 지원해주는 등 아일랜드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도 함께 얻었다.
◇"2020년 세계 10위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