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비교 분석한 궐련형 전자담배는 필립모리스·BAT·KT&G 등 3개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 하나씩이다. 국제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공인 분석법은 없는 상태다. 식약처는 이 때문에 "일반 담배의 유해 성분 분석에 쓰이는 ISO(국제표준화기구)와 HC(Health Canada) 방법으로 니코틴·타르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9개 주요 유해 성분 등 총 11가지 유해 성분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1급 발암물질 5종 검출…타르는 더 많아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량은 일반 담배보다 더 많았다. ISO법에선 일반 담배의 1.51배, HC법에선 1.21배였다. 타르는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배출물 중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타르가 많을수록 유해 성분이 많이 들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한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타르가 더 많이 들어 있다는 건 여태까지 밝혀지지 않은 유해 물질이 많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7000가지가 넘는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은 유해 물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니코틴은 HC법 기준 일반 담배 79.7% 수준이었다.
나머지 9개 유해 성분 중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 3개 제품 별로 7~8개가 검출됐다. 이 중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6개 성분 중 벤조피렌·벤젠 등 5종이 검출됐다.
다만, 타르·니코틴을 제외한 9개 유해 성분의 함량은 일반 담배보다 현저히 낮았다. 1급 발암물질인 1,3-부타디엔은 3개 제품 모두에서 검출되지 않았고, 벤젠은 일반 담배의 0.2% 수준이었다. 가장 고농도로 검출된 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 함량 역시 일반 담배의 20.4% 수준이었다.
이번 분석에 자문한 신호상 공주대 교수(환경교육학과)는 "이번에 비교 대상이 된 주요 유해 성분은 주로 탈 때 생성되는 물질이어서 가열해 피우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당연히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가열할 때 더 많이 생성되는 물질이 발견될 경우 (유해 성분 검출량의 많고 적음이) 반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해성 논란 이어질 듯
이에 대해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 측은 "타르는 특정한 유해 물질이나 성분이 아니다"며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배출되는 '증기'와 일반 담배의 '연기'는 구성 성분이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배출 총량을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또 타르와 니코틴을 제외한 9가지 유해 성분에 대해선 식약처 조사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함량이 훨씬 낮게 나온 것을 근거로, "식약처 분석 결과는 (일반 담배보다 주요 유해 성분을 90% 이상 줄였다는) 우리 측 연구 결과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연 전문가들은 "담배 한 개비당 유해 물질 함량이 적다고 해서 몸에 덜 나쁜 건 아니다"며 저니코틴·저타르 담배를 예로 든다. 서홍관 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미국에서 100만명을 20여 년간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 저니코틴·저타르 담배와 일반 담배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 등이 비슷하게 나왔다"면서 "니코틴 등 중독 물질이 덜 들어 있으면 담배를 더 자주, 더 많이 피우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건 당국 역시 "담배 유해성은 흡연량이나 횟수, 흡입 깊이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해외 보건 당국도 비슷한 입장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 물질 노출을 줄였다"면서도 "그렇다고 각종 흡연 관련 질병 발병률·사망률을 줄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