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불볕 더위가 이어지면서 여름철 유행하는 감염병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해 병원균의 증식이 많고, 외부 활동이 늘며, 모기·진드기 같은 해충도 많아 감염병 위험이 높다.
의정부성모병원 감염내과 이효진 교수는 "이른 더위 등 기후 변화에 따라 해마다 세균성 식중독, 말라리가 같은 여름철 감염병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름철 감염병은 주로 물, 식품, 모기 등을 매개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 세 가지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
[물·식품]
① 세균성 식중독, 여름에 가장 많아
최근 5년간 식중독 환자 수는 여름에 2780명(전체의 45%)으로 가장 많았다(식품의약품안전처).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은 대장균,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이다. 이런 균들은 동물의 분변이나 축산 폐수에서 나와 지하수·채소 등을 오염시키고, 이 균이 몸속에 들어오면 식중독을 일으킨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고동희 교수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식품으로 생채소가 꼽힌다"고 말했다. 채소류를 먹기 전에 흐르는 수돗물에 씻고, 식초를 푼 물에 5분 정도 담그는 게 좋다. 손은 비누를 이용해 수시로 씻어야 하고, 식품은 상온에 두 시간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육류·수산물 등을 조리할 땐 내부까지 완전히 익혀야 한다.
② 동남아 여행 땐 장티푸스·세균성이질 주의
동남아시아 국가 여행 시에는 장티푸스(살모넬라 타이피균)와 세균성이질(시겔라균) 같은 질병을 조심해야 한다. 올해 현재까지 신고된 장티푸스·세균성이질 환자의 75%가 동남아 국가에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질병관리본부 통계). 길거리 음식을 먹는 걸 삼가고, 포장된 물·음료수를 마시는 게 좋다. 살모넬라 타이피균에 감염되면 고열·두통·변비·설사·장미진(장미빛 반점) 등이 나타난다. 세균성이질의 경우 발열·구토·복통·설사 등을 겪는다. 항생제로 치료하며, 치료가 끝날 때까지 전염을 막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게 좋다.
[모기·진드기]
① 말라리아 환자, 벌써 100명 돌파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모기에 물려 발생하며, 고열·오한·무기력증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3일 간격으로 나타난다. 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말라리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환자가 109명으로 75%나 증가했다. 말라리아는 치료제는 없으며, 예방약만 있다. 국내 위험지역은 인천, 경기 북부, 강원 등이다. 집 주변의 물 웅덩이, 정화조 등 모기의 주요 번식 장소에 대한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삼일열 말라리아가 발생하는데, 아프리카·남미의 열대열 말라리아보다 치사율이 높지 않다. 아프리카·남미 등 말라리아 유행지역을 방문할 때는 예방약을 필수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② 살인진드기, 초여름부터 말썽
'살인진드기'로 불리는 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역시 급증하고 있다. 올해 확진 환자는 총 18명이고, 이 가운데 7명이 사망했다. 작년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5명이 확진돼 1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아직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야외활동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감염자 및 사망자 대부분이 논밭에서 일하던 노인이다. 수풀에서는 반드시 긴 옷으로 피부를 가리고, 야외활동 뒤에는 샤워를 해야 한다.
③ 일본뇌염 경고 발령 시기, 더 빨라질 듯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려 발병한다. 95%는 증상이 없고, 나머지는 고열·두통·현기증이 나타나며 심하면 뇌염까지 간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는 20년 만에 6월 말에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했다. 올해는 경보 발령이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은빨간집모기가 지난해보다 두 달가량 빨리 채집됐다.
[감염자 침·눈물]
① 유행성각결막염, 눈 비비지 말아야
초여름부터 유행하는 유행성각결막염은 작년에 비해 영유아(0~6세) 환자 수가 25%나 증가했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며, 눈 출혈, 부종, 통증, 눈물, 눈곱 등이 2주 이상 나타난다. 치료제는 없고, 5~14일 후면 자연스럽게 회복이 된다. 평소 눈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
② 수족구병, 8월까지 유행… 영유아 주의
수족구병은 8월 말까지 유행을 한다. 대다수가 영유아 환자이다. 주로 감염자의 침·가래·콧물을 통해 감염된다. 발열, 입안의 물집과 궤양, 손과 발의 수포성 발진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치료제는 없으며 7~10일 후 자연적으로 회복이 된다.